찬바람을 몰고 입시(入試)의 계절이 또 찾아 왔다. 수능 바람이 잦아들면 논술과 면접바람으로 이어진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점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교육의 광풍이 불어올 태세라고 걱정들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서까지 논술반이 등장하고, 초등학생에게 니체를 가르친다는 웃지 못 할 소리를 듣는 세상이니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논술고사는 채점의 '어려움' 때문에 학교에서는 기피하고 있으나, 선다형 문항으로 치러지는 수능의 역기능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평가방법이다. 수능시험은 채점의 객관성과 간편성 때문에 선다형 문항으로 치를 수밖에 없었고, 선다형시험의 비교육적 기능을 보강하기 위하여 논술고사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논술고사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야 옳은데도, 교육인적자원부의 행정지시에 의하여 시행되는데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하기야 인간의 능력으로는 측정하고 평가할 수 없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잠재가능성을, 수많은 문제점이 숨어 있는 내신성적과 수능시험 및 논술고사 그리고 면접시험으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숨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논술고사도 수험생에게 제시된 문항의 지시사항을 따르게는 하지만, 객관식 찍기 시험에서는 불가능한, 자기의 지적 능력에 따라 자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험이다. 수험생이 답안의 구성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그것을 어떻게 조직하고, 어떤 결론을 내놓는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논술고사는 수험생의 표현력, 조직력, 창의력, 사고력, 추리력, 분석력 등 고등한 정신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유용한 평가방법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학의 당락이라는 인생 최대의 기로에 선 수험생에게 논술과 면접점수가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주관적 채점이라는 채점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언제나 문제가 된다.

그러면서도 논술고사의 답안지를 채점하고 면접시험을 주관하는 시험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천편일률적인 학원강사들의 사교육은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특히 면접시험에서는 사설학원의 교육효과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미친다고. 학원에서 예상한 비슷한 문제가 주어진다 해도, 서두는 외운 대로 답할 수 있을지라도 면접관이 제기하는 반론을 논리적으로 답변하기에는 역부족이 되고 만다고.

면접고사는 그침 없이 이어지는 달변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외어둔 내용의 답변은 앞뒤가 맞을 리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학원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학부모나 학생 모두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나' 하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학원들은 이들의 불안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S대의 2006년 논술성적 상위 고등학교는 지방의 고등학교였으며 논술성적의 지역간 차이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쪽집게 강사들이 학교교사들에게 판정패한 것이다. 논술고사에는 학원강사들이 제시하는 것같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독서와 깊이 있는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다.

교육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사실을 믿어야한다. 논술과 면접의 준비는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써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 밖에 다른 길은 없다.

김영길 전 성동고등학교장 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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