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선거열기가 서서히 일고 있다. 5년동안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선거분위기는 전국 어느곳 보다 더하다. 대선과 함께 울산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된데다 울산동구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한 정몽준 국회의원이 대선출마선언을 앞두고 있어 그러하다.

 특히 김태호 국회의원의 타계로 실시되는 울산중구 보선의 경우 한나라당의 지구당 조직책 공모 바람이 일면서 선거열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19일부터 5일동안 접수한 조직책 공모에 무려 14명이나 응모,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힘있는 우군을 총동원하는 줄대기, 지역구내 지지여론 확산 노력 등 한치 양보없는 물밑경쟁을 전개하고 있어 신청자들 스스로 과열·혼탁상을 우려하는 회견을 갖기도 했다. 지금까지 서류심사, 현지실사, 개별면담, 여론조사 등을 통해 조직책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나 자신이 최종 낙점을 받을 것이라고 여기는 신청자는 두 배가 넘는다. 아마도 지구당 조직책이 되면 보선 후보로 결정되고, 당 기반 등에 편승해 국회에 입성하게 될 것이란 입신양명의 꿈이 자가발전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일 듯싶다.

 그러나 여기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 정당, 특정 지구당의 조직책으로 누가 임명될 것인가 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외 다른 정당들도 때가 되면 보선후보 선출 내지 공천절차를 밟을 것이고, 무소속 후보가 나설 수도 있어 어차피 참일꾼을 뽑는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나라당의 울산중구지구당 조직책 선정 및 연말의 보선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피선거권이 있다고 무조건 얼굴을 내미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가 축제의 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게임의 룰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돼야 한다는 의미와 통한다.

 역설적으로 작금의 조직책 신청자 중 과연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지,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는 어떨 지 등에 대해 철저한 자기성찰을 해본 인사가 몇명에 달할까에 있어서는 의문이 많다. 오로지 당의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아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사도 있을 법하다. 특정 정당의 보선후보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기에 다행이지, 일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선거였다면 그야말로 "정치공해"란 소리가 나올만하다.

 오는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는 색다른 주문을 하고 싶다. 다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이 100일 가량 남았으나 울산은 벌써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분분하다.

 과거의 각종 선거결과를 놓고 볼 때 한나라당은 텃밭임을 자부하고 있고 민주당은 영남권 교두보의 최적지로, 민주노동당은 최대 기반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 지역구를 둔 정몽준 의원의 가세로 유권자들의 정서가 어디로 흐를 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바로 오는 대선으로 인해 자칫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 편가르기 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개연성을 안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벌써부터 지역정가에서는 정의원의 출마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이에 반비례해 경원하기 시작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어차피 선거란 개개인의 정치적 이념과 철학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특성이 있지만 지나친 세대결은 크고 작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정의원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울산경제를 이끄는 양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란 점도 예사롭지 않다.

 정의원이 오는 17일 대선출마선언때 자신의 현대중공업 지분 정리에 대한 현명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의 대선출마로 현대중공업이 정치권의 권력다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이 필자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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