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연극은 60년의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47년 김태근, 손진상, 김학수 선생이 주축이 되어 울산극우회를 창단해, 김태근 작, 연출의 4막극 '혁명가의 후예'가 공연되므로써 울산연극의 60년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한강 이남에서 연극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울산 연극의 개척자이며 정신적 지주이신 김태근 선생이 문화의 날에 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훈장을 받기란 정말 어렵다. 그것도 연극인이 받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울산 출신의 범곡 김태근 선생이 받은 것이다. 그것은 선생께서 울산연극의 60년동안 직접, 또는 간접으로 울산 연극을 태동시키고 제자들을 길러 배출 시키는 등 항상 깊은 애향심을 바탕으로 울산 연극 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울산연극사는 60년이 된다. 그동안 울산 연극인들은 가난과 멸시와 싸우면서 60년의 연극역사를 창조해 왔다. 대부분 안정된 직장도 없이 동가숙 서가식 하면서 떠돌이로 60년 연극을 붙잡고 살아왔다. 연습장이 없어 길거리 뒷골목 가로등 밑에서 아픈 눈을 비비며 영양실조로 피를 토하면서 까지 연극의 끈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다. 일부 연극인들은 하루 세끼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새 울면서, 그래도 연극대본은 손에서 놓지 않고 아무도 돌보지 않던 울산 연극을, 울산 연극인 스스로 미친듯이 놓치지 않고 움켜쥐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울산 연극은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연기상, 희곡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울산시에서는 이들 연극인들의 숙원인 시립극단을 창단시켜 울산연극을 한 차원 높게 올려놓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연극인 스스로 가난과 싸우면서 이룩한 울산 연극60년의 전통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울산시의 결단이 필요하고 그 시기는 김태근 선생이 연극인으로 문화훈장을 받은 지금이 적절하다고 본다. 더 미루는 것은 가난한 연극인을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 밖에 안 된다.

시립극단이 있을 때 민간 극단도 잘될 것이다. 물론 예술감독이나, 연기자도 울산 연극인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그들은 60년간 울산연극을 개척하고 이끌어 온 엄연한 역사적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기량이 높은 사람을 선발한다고 중앙의 유명 연기자나 연출자를 뽑는다면 차라리 창단하지 말고 중앙의 유명연극 단체를 초청해서 공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때문에 향토애를 가지고 수십년동안 울산연극을 지켜온 범곡 김태근 선생을 비롯한 울산연극인들을 선발해서 창단을 해야 될 것이다.

가까운 경주와 부산, 포항, 대구에도 모두 시립극단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주, 포항을 연계하는 동남권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울산시에만 시립극단이 없다는 것도 광역시로서 걸맞지 않다. 박맹우 울산시장의 태화강 맑기 운동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출향인사 뿐 아니라 전 국민이 격찬하고 있고, 울산 대공원에도 주말이면 많은 출향 인사들이 다녀가고 있다.

이제 순수예술 쪽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울산에는 시립교향악단, 시립무용단, 시립합창단이 조직되어 있다. 그런데 60년의 울산연극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시립극단만이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올해는 시립극단 조례가 제정되고 시급히 창단 공연의 막을 올려 연극인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될 것이다.

김삼일 대경대 교수·포항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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