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과 북구청장이 지난달 1일부터 기관운영 업무추진비(일명 판공비)와 시책추진비 사용내역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일 공개하고 있다 한다.

 자치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둘러싼 울산지역 행정기관과 울산참여연대의 법정다툼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조치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처럼 구태를 씻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져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행정관료들을 대상으로 부패와 부조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긴 하나 깨끗한 지방정부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결단코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신문지상이나 기타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추한 공직상에 접할 때 우리의 행정문화가 너무나 지나치게 부패와 부조리에 익숙해져 있거나 혹은 무디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떡값"이라는 기상천외한 말이 생겨 날 수 있는 행정문화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의 행정이 보다 한 차원 높은 선진화된 행정으로 거듭 나기는 사실 역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관료들의 부조리나 부패를 보고 느낄 때마다 하는 식의 자조적인 체념의 변만 쏟아 낼뿐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는 문화구조하에선 우리 행정의 내일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하급직은 하급직 대로, 상급직은 상급직 대로 부패문화를 조성하고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공직 적 책임을 망각한 채 결과적으로 자해적 행위를 일삼는다면 우리 시의 미래는 그야말로 잿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칼(B. D. Karl)은 "보다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선 정직하지 못함이 행해지는 기회가 배제된 정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정직하지 못함에는 행정부패와 부조리가 포함됨은 당연한 일이다.

 행정부패와 부조리를 일소하기 위한 노력이 공직사회 그 자체 내에서 일어나야 하며 이러한 신선한 충격이 부패로 찌들고 쪄들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청정제로 기능 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부가적인 노력들이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들로는 하급직 행정관료들의 보수의 현실화와 중견 및 고급행정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공직의식의 대전환이다.

 여기에서 고위공직의 의식변화가 의미하는 뜻은 공직이 축재를 위한 수단이 결코 될 수 없으며 입신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민의 혈세를 받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시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품격 높고 세련된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임무이며 공복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민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보는 구태와 시대착오적 망상에서 벗어나 시민을 주권의 본질로 보고 감동을 시켜야 할 행정고객으로 받들며 더 나아가 자신들의 고용주로 여기고 섬기는 의식의 대전환이 특히 고급행정관료들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실수에 대해선 엄격히 책임을 지는 책임행정과 실명행정구현에 앞장선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이러한 행정관료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더 이상 시정에 만연되지 못하도록 하는 외부적 통제수단으로 시민들이 항상 깨어있는 상태로 공직자들을 주시하고 공적 사안에 참여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시민들도 이러한 의식전환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말 시민을 위해 선행을 베풀은 공직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가슴에 안겨줄 수 있는 신상필벌의 제도적 장치와 의식적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공개가 바로 이러한 깨끗한 정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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