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엇 등불 가물거리고

 개도 멀리서 컹컹 짖고

 보름달은 하늘 높이 떠 있고

 둥근 달을 안고

 검은 강물은 유유히 흐르는

 

 아침에는

 햅쌀로 빚은 송편 놓고

 차례도 지냈을

 쑥부쟁이 흐드러진 산길을 걸어

 성묘도 했을

 

 그 강 건너가

 궁금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압록강가 선술집에 앉아

 추석이라고 특별히 내놓은 월병에

 목에 넘기는 고랑주가

 쓰다

 (뿔, 창작과 비평사, 2002)

 *集安(집안)...길림성의 동남쪽에 위치한 고구려의 고도로 압록강 건너 북한의 자성군, 초산군, 만포시와 마주보고 있다.

 

 한가위! 휘영청 밝은 달. 각서까지 쓰고 용돈을 빌려가서 아직 갚지 않는 짓궂은 오빠. 뒷동산에서 총싸움을 하고 묘뿔에서 같이 뒹굴던 형. 언니를 쫓아다니던 형부. 누나가 좋다고 호빵을 사들고 왔던 매형. 모두들 둘러앉아 도란도란 피우는 이야기꽃. 불현듯 떠오르는 그리운 모습들이다. 그러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강 건너의 모습일 뿐이다. "압록강"이 가로막고 있다. 그리움도 사랑도 나누어야 커진다.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목에 쓴 고랑주" 같은 아픔이다. 압록강을 건너, 두만강을 건너, 그리고 휴전선을 넘어 그리운 얼굴들과 함께 맞이하는 추석은 희망으로 남아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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