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서 기쁨 또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감정은 훈련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신체적인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인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갖고 있는 궁금증이지만 명확하게 해결해줄만한 답변이 마련돼 있지는 않았다. 음악을 단순한 소리현상이 아닌 과학으로 인지하고, 이후 인류학·심리학·사회학 등 인접학문이 가세하면서 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80년대 이후 인지과학과의 교류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면서 생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신경계에 도달한 음악은 우리의 두뇌에 일련의 예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는 이 예상을 통해 음악의 멜로디와 하모니와 형식을 인식한다. 이런 예상을 만들어내면서 음악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의 의지를 이끌어내며 끝내 우리를 사로 잡는다.

 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음악의 리듬과 화음의 흐름에 사로잡혀 그 음악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울산대학교 음악대학 채현경 학장(음악학)과 그의 남편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동물학)가 함께 번역, 출간한 로베르 주르뎅(Robert Jourdain)의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 잡는가〉는 "음악학과 과학의 만남"을 통해 음악이 인간을 사로잡는 방식과 이유에 관해 깊이있고도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다. 560쪽. 2만5천원. 궁리출판사.

 이들 부부는 "음악현상들을 우리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두뇌연구의 발달과 한계를 어렵지 않은 용어들로 풀어 음악과 그에 관련된 인간 행동을 문화와 사회라는 상황 안에서 설명한다"며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강숙 전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은 추천의 말을 통해 "과학적 예술가와 예술가적 과학자 부부가 과학과 예술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유발하는 인상적인 책을 번역해내 일반 애호가 뿐아니라 전문가들이 시야를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소리-음-멜로디-하모니-리듬-작곡-연주-감상-이해-황홀경이라는 점층적인 구조로 설명을 해나가면서 마침내 "음악이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를 이해하게 한다.

 먼저 1장 "소리에서"와 2장 "음으로"에서는 음악적인 소리와 청각의 특징들이 어떻게 음악의 한계를 규정하는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이어 3장 멜로디로 4장 화모니로 5장 리듬으로에서는 소리들이 어떻게 기본적인 장치들로 묶여 제각기 기능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어떻게 두뇌가 음악적인 장치들을 거대한 소리의 계층 구조로 묶어 작곡이나 연주 그리고 감상을 가능하게 하는 지를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두장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뒤흔든 후에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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