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는 조선시대에 축조된 언양읍성을 한가운데 품고있는 언양읍의 중심으로 완연한 도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옛 흔적으로는 동헌, 객사, 군기고, 부속관아 등이 있던 언양읍성만 일부 남아 있을 뿐이지만 이는 현재에 그대로 연결되어 조금 더 큰 공간 안에서 언양읍사무소, 울주군서부종합사회복지회관, 언양초등학교, 언양중학교, 언양우체국, 울산중부소방서 언양파출소, 은행·증권사 지점 등 금융과 상권이 모여 있다.

 동부리는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어음리와, 남쪽으로는 읍내를 가로 지르는 2차선 도로를 기점으로 남부리와 접하고 있다. 울주군의 최대 곡창지역인 직동들을 뒤로 하고 있다.

 밀집된 상가와 함께 지난 1984년 언양읍 최초로 시행한 동부지구구획정리사업 1차 시행지구가 완공된 이후로 빌라와 주택, 음식점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신흥 주택지를 포함하고 있다.

 구획정리 이후 10여년 사이 언양읍을 가로 지르는 도로를 따라 형성돼 있던 동부1, 2리가 급팽창하면서 3, 4리까지 확대됐다. 1명이던 이장도 4명으로 불어났다. 2천가구가 넘는 대규모 마을로 변했다.

 동부1리는 언양읍성의 성안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밀집된 상가 뒤편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양읍성의 복원계획이 예산문제로 진척이 더뎌지면서 주민들에겐 애물단지로 전락, 보상을 받지 못한 토박이들은 언제일지 모르는 보상을 기다리며 도심 한가운데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짓기도 수월치가 않다. 주택이나 상가가 주변을 에워싸 방제작업 등이 어려운데다 언양 유일의 초등학교인 언영초등학교와 잇닿아 있는 곳에는 학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골치를 앓고 있다.

 권혁수 동부1리 이장(67)은 "농사를 짓는 20여가구는 대부분 토박이들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토지 매매가 10년동안 1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전에는 미나리꽝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던 곳이었으나 주택과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이제 미나리꽝은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김연희씨(64)는 "성벽위에 있던 일부 가구들은 보상을 받아 이주했지만 성안에 해당되는 10여가구는 철거된다는 이야기만 떠돌뿐 정작 언제 철거되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며 "증·개축도 할 수 없는 보호구역으로 묶어놓으면서 정확한 추진계획도 없는 행정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딱한 처지로 살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 보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일부 복원공사를 한 곳도 지속적인 관리 부재로 잡초더미에 싸여 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양읍성은 1966년 사적 제157호로 지정된 읍성으로 조선 세종때 처음 만든 토성을 연산군때(1500년) 석성으로 확장, 개축했다. 전형적인 평지에 위치한 읍성으로 정방형 각 변에다 성문을 두고 성문에는 옹성을 배치했다. 거대한 바위를 면만 다듬은 기석위에 큰 돌을 얹고 그 사이에 잔돌을 메워 견고한 점이 특징이다. 임진왜란때 함락되어 허물어진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개축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제시대때 남천호안공사를 위해 성의 남반부를 뜯어 원형을 잃었으며 1996년부터 3년여동안 개축, 동문과 북문 사이 139.5m를 개축했다. 성안 줌니들을 이주한 뒤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지만 예산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부고속도로를 기점으로 읍네방면이 동부2리다. 봉계방면으로 난 4차선도로를 중앙에 두고 읍사무소옆 소방도로까지 해당된다. 도로변을 따라 다양한 상가와 음식점 들이 나열돼 있다. 상가 뒷편으로는 저층의 아파트들이 밀집, 전형적인 도시형태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동부 1, 2리의 상가 형태가 최근들어 급속히 변하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도로를 따라 도열해 있듯이 들어섰던 언양불고기 식당들이 많이 사라졌다. 봉계불고기 단지가 활성화 되고 주차문제 등에 영향을 받아 주차가 편리한 외곽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전업한 곳이 많다. 현재 도로변에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의 숫자만 남아 있다.

 통신, 패스트푸드, 옷가게 등 작은 규모의 상가가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부3리, 4리는 최근에 들어선 신흥주택지와 주공아파트로 토착민이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새로이 둥지를 튼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은 30~40대의 젊은층이 주류를 이룬다.

 차병근씨(63)는 "동부3리 지역은 계획도로가 쭉쭉 뻗어있으면서 도심과 거리가 가까운 이점 때문에 자고 나면 식당과 주택이 하나씩 들어설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양~걍주간 국도가 4차선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주택지로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리는 도로를 따라 번성하고 있는 중심권역은 소방도로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비좁으면서 등 뒤로는 넓직한 주택지를 갖고 있는 "이중적인 얼굴"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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