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비무장지대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 오늘 경의선 최북단 도라산역에서는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제2통문을 여는 개문식(開門式)을 갖고,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도 우렁찬 발파음이 울려 퍼진다. 북쪽에서도 개성시 봉동역 부근 철책과 금강산 온정리 금강산 청년역이나 그 인근에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연내에 금강산관광용 임시도로와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고 내년 3월께 경의선 도로, 9월께 동해선 철도 도로까지 이어지면 남북 사이에는 모두 5개의 통행로가 열리게 된다.

□경의선 연결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합의됐다. 동해선은 지난 4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직접 제의했던 것이다. 남북의 최고 책임자 사이에서 합의본 사업이 지지부진해 진 이유는 군사분야의 협의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리고 비무장지대 공사를 뒷받침할 군사보장조치 합의문이 타결돼 다행이다. 양측 국방장관이 서명한 합의서를 교환 발효시키고 오늘 착공식을 시작으로 19일부터 지뢰제거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양측은 비무장지대 자기측 경계선으로부터 군사분계선 방향으로 나가면서 남북관리구역 자기측 지역의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하고 작업과 관련해 수시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전화 통지문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비무장지대 개방에는 유엔군사령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군의 협조는 곧 미국 정부의 협조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평소 말해온 대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교류협력사업을 적극 도와야 마땅하다. 미군과 미국 정부 사이에 행정적 절차를 밟느라 촉박한 일정이 더 다급해진 사례라든가 북~일정상회담에 자국의 관심사를 우선시하는 태도 등에서 미국의 진심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 어렵다.

□철도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 개방을 계기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미국 등 주변국들이 할 일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일대 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팎의 적극적 호응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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