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시에서 보다 발전적인 시정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시민의 실질적인 복지수준의 향상을 꾀하기 위하여 시정혁신과제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공모하고 있다고 한다. 공모내용은 불합리하거나 현실과 괴리된 제도나 행태의 개선사항, 행정환경변화와 시민의 기대수준에 걸 맞는 새로운 정책, 시민생활의 불편·불만사항과 그 해소방안, 그리고 시민의 시정참여방안과 시민 우대·복지시책 등을 망라하고 있다.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어떠한 시정혁신과제들이 공모되어 정책화될 지는 모르지만 종전까지의 밀실행정, 폐쇄행정, 탁상공론행정의 구태를 벗어나 시민과 함께 하는 투명행정, 개방행정, 현장중심행정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는 행정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행정이 관료제의 역기능으로 사회와 정부가 민주화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적도 있고 또한 정치논리에 지배되었던 적도 있었다. 또한 앞으로도 보다 본질적인 개혁이 없이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관료제의 민주화는 우리 행정의 민주화를 이루는데 있어 반드시 선결적으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주제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에 있어 우리보다 선진화되었다는 미국의 경우에도 관료제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 더 나아가서 공포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공포감은 관료제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란 생각에서 발생한다.

 프리드만(James O. Freedman)은 관료제가 많은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고 행정관료들이 크게 누적된 힘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행정관료들 역시 선거직 상급자의 권위에 대해 책임있게 응대하지도 않고 이들에 대해 책임도 거의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이어(Kenneth J. Meier) 역시 관료제가 현실적으로 갖게 된 엄청난 양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입법, 사법, 행정수반으로 일컬어지는 3부와 똑같이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윌슨(James Q. Wilson)도 소위 정부의 제4부인 관료제는 미국 헌법과도 양립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면서 선거로 뽑히지도 않은 행정관료들이 그러한 무소불위의 권능을 행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런 관료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정관료들의 자유재량권과 그들의 폭넓은 권한과 권위를 아주 엄격하게 축소시키고 통제하여 그들의 관료적 힘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들이 구상되어 실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끊임없는 조직의 재조직과 혁신 그리고 정부규모를 축소키 위한 예산, 프로그램, 인원의 삭감과 감축 그리고 행정관료들에 대한 제반규제조치 확산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관료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전략들이 시민에게 봉사하는 정부의 행정기관능력을 장기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그들도 관료제에 대한 견제가 민주주의를 일구어 내는데 필요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거부감이나 혐오감,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감 등으로 대변되고 있는 관료제에 대한 곱지 못한 시각이 지방행정관료제에도 쏟아지고 있다. 밀실, 폐쇄, 탁상공론, 그리고 독선적 행정이라는 인식의 탈을 벗지 않고서는 이러한 시선으로부터 울산행정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민선지방자치정부가 들어서서 아직은 그 결과가 불투명하지만 폭넓은 시민참여를 통해 투명, 개방, 현장중심, 그리고 합의적 행정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관료제에 대한 이러한 곱지 못한 시각을 개선하고 새로운 민주행정의 길로 나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어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며 이러한 행정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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