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서울민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농담이 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5.5%, 제조업체수의 55.1%, 대학교의 42.3%, 은행예금의 65.9%, 중앙행정부(部단위)의 90%, 정부투자기관수의 83.3%, 소위 10대 명문대학의 80%, 30대 주력기업 본사 88%, 외국기업 75%, 벤처기업 및 연구개발기관 70%, 정보통신산업체 88.9%가 몰려있는 가히 폭발직전의 상태이다. 그 결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기능의 서울 집중으로 이어졌고, 권한이나 정책수단 및 의사결정의 중앙집중이라는 "신중앙 집권"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흔히 서울은 생산요소 중에서 "토지"를 제외한 사람, 돈, 정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비유되곤 한다.

 중심대도시의 인접도시들이 포함된 대도시권 차원에서 인구집중문제를 조명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동경도의 행정구역면적(2천183㎢)과 유사하게 세계 대도시권을 구획하면 동경도에 약 1천200만인이 거주하는 반면에 서울 대도시권에는 약 1천700만이 거주한다. 런던, 파리, 뉴욕 대도시권의 인구규모는 서울 대도시권 인구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특히, 여러가지 경제지표 중에서 어음교환액은 특정 국가나 한 지역 내의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총체적인 활동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데, 2000년도 연간 어음교환액의 서울 비중은 88.7%, 수도권 비중은 92.2%에 달하고 있다. 지방 자금이 서울로 빠져 나가는 여러 경로 중에서도 지방경제의 관점에서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지역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자금으로 모아진 지역 공공자금들마저 지역 내에서 쓰이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간다는 사실이다.

 더욱 불합리한 것은 세금제도로서 동일한 시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이라도 지방에 사는 국민의 세부담이 훨씬 높다. 이것은 지방의 가난한 자의 돈으로 서울 부자의 생활향상을 도모하는 꼴 밖에 안된다. 이러한 왜곡된 자금흐름 구조는 수도권 비대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어려움에 처한 지방경제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자체도 과밀화의 몸살을 앓고 있어서 주택부족,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 도시환경과 자연환경 훼손 등 집중에 따른 폐해가 심각해 지고 있고, 서울의 경우 지난 99년 한해 환경비용에 약 4조원을 투자하는 등 복구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이렇게 수도권의 인구 및 기능의 분산이 시급한 실정인데 IMF 이후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1/4분기 인구이동 집계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중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으로 4만8천명이 순유입, 전분기 3만6천명보다 35.0%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순유입 규모는 1992년 2/4분기 5만1천명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IMF 이후 수도권으로의 재집중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집중문제는 이미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196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수 많은 법규를 만들었지만 아무 실효성이 없었다. 결국 정책만 있고 실행은 없는 공염불만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육성을 위한 선진국의 실행의지를 과감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90년대 파리에 근무하는 공공기관 종사자 3만명을 지방도시로 분산시키는 시책을 폈고 국립행정학교를 파리에서 480㎞ 떨어진 곳에 이전한 바 있다. 영국은 60년대, 스웨덴은 70년대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다. 화려하고 거창한 정책보다는 정부가 직접적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과 대학 등 공공부문에 대해 혁명적 발상을 갖고 지방분산을 실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앙사무대 지방사무가 75대25인 현 상황에서 일본이나 프랑스 수준인 50대50으로 조절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지방도 숨통이 터지고 수도권의 비만증도 치유될 수 있어서 국가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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