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노인복지관'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4년 전 울산 북구 호계에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를 생각하면 그저 규모가 좀 큰 경로당이나, 마을복지회관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지역마다 노인복지관이 속속 개관돼 인식들이 많이 높아졌다.

그 만큼 우리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사회가 되어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년은 이제 더 이상 안주가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고 가꾸어가야 할 또 다른 삶의 한 단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인복지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 보다 늘 삶의 본보기가 되어주신 한 어르신의 말씀을 빌려 오늘의 노인복지관을 소개할까 한다.

"여기 노인복지관은 목욕탕 같은 곳입니다. 우리의 몸에 때를 씻는 곳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진 지위와 명예, 잘못 살아온 영혼의 때를 벗는 곳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곳이지요." 이는 단지 하나의 잘 지어진 노인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노인복지관이 '창조하는 노후'를 위한 새로운 과정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울산에는 중구를 제외한 4개 구·군에 6개소의 노인복지관이 운영 중에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교육프로그램과, 일자리사업, 건강증진사업, 경로당연계프로그램지원사업 및 각종 상담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의 사업을 단순히 보면 노인들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용돈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노인들에게 물리치료나 기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한 이용시설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이상의 의미와 사회적 재생산기능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노인복지관의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지니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인적자원의 개발 및 재생산의 기능을 한다. 또 각종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통한 노화지연 및 노인 의료비절감 및 예방기능, 자원봉사를 통한 보람 있는 노년기의 새로운 여가를 창조해 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의 많은 노인들이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노인복지관 이용노인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운영 주최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노인인구에 비해 부족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노인들을 위해 노인복지관의 신규 또는 분관을 설치 운영해 노인여가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운영 중인 복지관도 사업의 표준화 및 현실성 있는 지원으로 사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복지관이 여가중심 기능에서 사회적 참여를 위한 교육의 장(場)으로, 또한 자아실현을 위해 소중한 경험을 활용하는 기회의 장(場)으로 그 기능이 확대 보완되도록 국가적 복지시스템 보완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인복지 정책개선 및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란한 복지관 건물의 외장보다 속이 알찬 내용으로 서비스의 최종 고객인 어르신들이 만족하고,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노인복지관과,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이 함께 준비하는 '어르신이 행복한 울산'을 희망해 본다.

이성호 북구어르신 복지회관 관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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