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이라크 공격 반대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발언으로 미국과 독일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계에서 주독 미군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양국 관계가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총선 유세 과정에서 반미 감정을 선거전략으로 사용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으며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동맹관계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최근 미국과 독일간의 갈등 관계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독일측의 발언과 행위가 그에 상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대해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 정부가 모종의 대응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시 헬름즈(노스 캐롤라이나·공화) 미국 상원의원은 의회가 독일에 주둔중인 7만명의 미군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스 슈머(뉴욕·민주) 상원의원은 독일 법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은 정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하고 2차대전 후 독일의 경제 재건을 도운 나라가 어디며 냉전시대에 독일을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준 나라가 누구인가라며 독일에 대한 배신감을 표명했다.

 미국과 독일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주독 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미국이 독일을 비롯, 유럽국가들의 비교적 낮은 군사비 지출 규모에 대해 오랫동안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나 독일의 국방비는 GDP의 1.5%에도 못미치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동맹국들에 대해 군사비 지출을 늘일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전반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과 독일의 갈등은 슈뢰더 총리가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표방하면서 표면화되고 히틀러 비유 파문으로 격화됐지만 미국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보 달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구온난화 방지 협정을 거부하고 유럽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미-독 관계 악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시 대통령이 오래 전에 양국 관계의 악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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