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 루버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25일 중국내 외국공관 연쇄 진입사태 등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중국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사태에 대해 공동대처할 필요가 있음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버스 난민고등판무관은 이날 제171차 국제의회연맹(IPU) 이사회에 참석중인 민주당 정대철, 유재건,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 등 국회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탈북자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이같이 언급했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정 의원 등은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다.

 루버스 고등판무관이 취임이후 한국의 여야 의원들과 공식 면담을 갖고 탈북자문제에 관해 협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당국과 모종의 설득노력을 진행중에 있음을 시사한 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대표단장인 정 의원은 면담이 끝난 뒤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루버스 고등판무관이 나름대로 복안을 갖고 있는 것같다고 밝혔으나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이날 면담에서 정 의원은 중국당국이 탈북자들을 국제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난민(refugee)이 아닌 경제적 이주민(economic migrant)으로만 간주하고 있을 뿐아니라 난민고등판무실의 접근 조차도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제공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해결을 당부했다.

 루버스 고등판무관은 한국은 이미 성장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회원국들의 자발적 기여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활동과 사업에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10여명의 의원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 협조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예를 들면서 한국 국회도 탈북자를 비롯해 국제난민 문제 전반에 관한 초당적인 협의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등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국회차원의 협의체 구성을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건의, 적극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기여금 증액 문제에 관해서도 정부측과 협의를 거쳐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올해 한국의 분담금은 110만 달러로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전체 예산(8억2천만 달러) 가운데 약 0.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분담금은 1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유엔 분담금은 1천800만 달러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417만 달러, 국제노동기구(ILO) 441만 달러, 세계무역기구(WTO)는 211만 달러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 7명과 지난 3월 주중 스페인대사관 진입 탈북자 25명의 중국 출국 여비 등을 제공하는 등 관련국이 요청할 경우탈북자들의 제3국 출국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제네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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