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은 임기말 국정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게이트 정국을 극복하면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침체된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조각 수준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개각 내용에 실망과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이번 개각이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을 기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정국의 안정이나 민심수습에는 오히려 악영향이나 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우선 이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무엇보다 내각의 안정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아울러 총리를 교체할 경우 여소야대 국회상황에서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과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이번 개각을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대통령은 이 총리의 유임으로 이번 개각의 의미를 퇴색시킨데 대한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김 대통령이 박지원 특보를 재기용한 것은 청와대의 내각 장악력을 높임으로써 임기말 국정을 철저하게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윤철 비서실장과 박지원 특보가 투 톱 시스템을 갖추어 청와대의 무기력증을 해소하면서 경제는 전 실장이, 정치와 정책홍보는 박 특보가 맡는 역할 분담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 특보의 재기용에 따른 논란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개각에 대해 앞으로 남은 1년여의 임기동안 국정수행을 위한 실무형 내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임기말 국정의 안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개각에 대해 국정쇄신 의지를 찾아 볼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대통령이 천명했던 정치 불개입 선언의 포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각의 의미와 파장이 어떻든 김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을 이끌어 갈 새 내각과 청와대 진용이 짜여졌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비리로 얼룩진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고 국정의 안정과 엄정한 선거관리로 김 대통령의 임기말을 부끄럽지 않게 마무리 해야 할 사명과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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