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IMF가 한창이던 시절, 실업극복지원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실업의 슬픔에 힘겨워 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지켜봐 왔었다.

그중에서도 나이든 어르신들의 고통분담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닌 자녀들의 가정파탄이라는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손자녀의 부양을 떠맡게 되는 이중고를 안겨 드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분들의 삶의 무게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결하고자 삶의 기본이 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났고, 따뜻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의료사업, 한글교실 그리고 여가를 위한 노인교실을 병행할 수 있었다. 급식, 의료, 여가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조금씩 지원했으나, 늘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지역 어르신들을 독려해 당당한 모습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어르신 상을 보여주고자 60대에서 80대까지라는 뜻의 '6080봉사대'를 창설, 자율적 활동을 지원하게 되었고, 어르신들의 왕성한 활동의 연계선은 늘 해결되지 않던 근원적 문제인 일자리창출을 위한 '울산중구시니어클럽'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젊은이들도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겠지만, 어르신들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 모두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의 경제사회 참여는 경제적 의미만이 아닌 자존감과 존재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 예로써 울산중구시니어클럽의 참여회원들의 각종 활동을 통해 노동의 강도는 늘었으나 오히려 병원을 찾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사례들과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적적인 사고로 공동체 활동에 밝은 분위기로 참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 어르신들은 활동의 궁극적 목표를 경제적 도움에 두지말고 사회의 주인으로서 주체적 삶의 중요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숫자보다는 건강한 일자리의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소득 창출의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다양한 혜택을 받아야 할 어르신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해서 평균 5명중 1명이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된다고 하니 생산인구의 감소와 이에 따른 노인부양문제 등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규정지어야 한다는 말처럼 곧 다가올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세계 유례없는 초고속 고령사회진입을 앞두고 어르신들의 경륜에 맞는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경제사회 진입은 사회적 부양부담 감소를 포함한 노인복지측면에도 많은 의미를 가진다.

적절한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경제사회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며 단체 활동을 통해 사교의 장을 만들어 가는 어르신 일자리야말로 노인의 4고(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 병고(病苦))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의 종합복지가 될 것이다.

손경숙 불이원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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