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들이 만든 기업 신화공업(주)
직원 66명 평균연령 65세…복지부 '노인 우수활동사례' 선정
철판등 부품 가공 현중에 납품…세계 최고 품질 노익장 과시

고령화 시대, 특히 짧은 기간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일자리 문제는 최대의 사회적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나 정부 등의 지원 대책은 급속한 고령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전국에서 사례가 드문 고령자 기업인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우봉리 신화공업(주)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노인 우수 활동사례에 선정됐다. 또 대표인 김창원(71) 사장이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07년 노인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화공업은 고령화 시대 노인 실업문제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신화공업은 현대중공업에 철판 등 부품을 조립·가공해 납품하는 회사다. 2000여평의 노천 작업장에서 안전모·용접 마스크 등으로 육중한 철구조물을 찰흙 주무르듯 하는 이 회사의 근로자들은 모두 정년 퇴직자들이다.

김 사장은 "직원 66명의 평균 연령이 65세로 근력은 좀 달리지만 현역 시절 갈고 닦은 기술로 거뜬히 메울 수 있다"며 "품질은 물론 기본이 가장 충실하고 안전한 회사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품질은 당연히 세계 최고라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창업 이념은 '건강·의욕이 따라 주는 한 직장생활을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이다. 사규에도 정년 규정이 없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다른 퇴직자들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미다.

김 사장은 "정년은 75세까지로 연장이 돼야 한다"며 "퇴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업무의 숙련도와 완성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갖게 되고 (국가적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게 된다"고 말한다.

1994년 정년 퇴직한 김 사장은 다른 퇴직 동료들처럼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 하지만 현역시절 선박용 철판 조립 분야의 '장인'으로 통했던 그의 기술도 흘러간 퇴물이란 사회 인식 앞에 맥을 못췄다.

결국 김 사장은 퇴직 7년 만인 2001년, 옛 직장 동료 12명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부품을 납품 받는 회사에서 노인들끼리 일한다며 일거리 주기를 꺼리는 등 출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노장들의 숙련된 기술과 성실성이 인정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업 오류를 줄이고 납기일도 철저히 지키니 수주물량이 6개월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치는 노동량도 젊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화공업의 연 매출은 25억원, 직원 평균 월급은 200여만원이다.

"인생은 3모작이다. 1모작은 공부하는 기간으로 30세까지이고, 2모작은 60세까지로 일하는 기간이다. 3모작은 60세 이후로 그동안 갈고 닦은 경륜을 가지고 2모작 때 못한 것을 보충하고 멋지게 봉사하는 기간이다."

3모작 인생의 바탕이 되는 기업의 노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기업 고령자 채용 확대 지원규모를 현실화 시키고 고령자에 대한 산재 적용 기준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또 고령자 기업을 위해 무료 건강검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건강 때문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인이니까 문제가 더 커졌지라는 사회 일반의 부정적 인식도 노인고용을 꺼리는 요인으로 김 사장은 분석했다.

김 사장은 "노인일자리를 위한 공공사업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노인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전국 시·도에 의무적으로 노인형 기업을 한 개 정도씩 육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형식적인 노인 일자리 정책 간담회가 아닌 실질적인 간담회가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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