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의 핫이슈는 단연 노인복지문제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노인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가 되어 온통 노인들만 살고 있는 곳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도시화, 산업화, 의료기술의 발달 등의 원인도 있겠지만 어떤 이(존 햄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는 한국의 빠른 경제적·사회적 성공의 부산물이라고도 한다. 원인이야 어찌됐건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노인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한 것만은 사실이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되었으니 환갑을 넘기기 힘들었던 시대와 비교하면 정말 놀랄 만한 발전이다. 한국국제봉사기구가 활동을 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오지에는 아직 평균 수명이 40세가 채 못 되는 곳도 있으니, 거기에 비하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겠는가? 삶의 질이 문제이고 사람답게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가 문제이다. 죽지 못해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에서도 민간과 협력해 급속도로 달려오는 고령시대를 대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노인시설의 확충, 재가복지시설의 확대, 노인수발보험 실시, 바우처제도 도입 등 많은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소규모 요양시설, 그룹 홈 등 재가시설 쪽으로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는 것 같다. 이는 정상화 이론이나 지역사회복지중심의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인 일본도 대규모 시설보단 지역사회복지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한다. 위의 대안들은 당연히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옛날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우리의 정서에 맞는 '공경의식'이야말로 진정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아닐까 싶다.

선진 외국의 껍질만 도입하고 우리의 혼이 빠져버린 것이라면 정말 노인들은 죽지 못해 사는 생지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중구복지관내 도담도담 주간보호센터를 8년간 이용하시다 97세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자녀가 없어 독거어르신으로 살아가신 분이다.

거의 자원봉사자들과 우리 복지관에 의지해서 사셨는데 늘 깨끗하고 밝으신 표정이셨다. 늘 죽어서 신선이 되겠다고 하셨는데, 손을 꼭잡고 귀에다 무어라고 말씀하시던 임종 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하시길 빈다. 그리고 배달된 도시락으로 살아가시며, 손자 둘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100세 할머니가 계신다. 오늘도 복지관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반가워 하신다.

이렇게 수명이 연장돼 나라 전체가 노령화되고 있는데 맞춰 행복의 높이도 쌓아가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모두가 오래 살고 행복하게 잘사는 방법을 함께 찾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머지않아 노인이 될 것이니….

박을남 중구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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