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소문난 효자라 해도 부모님의 긴 병 수발에는 지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부양문제를 자녀들이 책임지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 하나의 전통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이러한 인식은 달라지고 있고, 대가족주의 가치관에서 부부와 자녀 중심의 생활패턴의 변화는 노인부양에 대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해 2006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9.5%를 넘었으며,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37.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노인 부양 문제이다. 지금의 사회는 가족의 노인부양에 대한 의지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진출로 가족의 부양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또한 가족 수발자의 약 85%가 부양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에게는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노인학대, 방임 등의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중증의 노인을 돌보는 경우 간병기간의 장기화, 보호자의 고령화와 피로의 축적 등으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족간의 갈등이나 불화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부양으로는 가족이나 노인 모두 다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 줄 곳이 많이 있다.

낮 동안 어르신을 돌봐주며 차량운행도 하는 주간보호센터가 울산에서만 12개가 있다. 집안에 경조사나 휴가 등으로 집을 비우거나 어르신을 단기간 돌보기 어려울 때 또는 장기간의 수발로 수발자의 휴식이 필요할 때 3개월까지 맡길 수 있는 단기보호센터가 4곳 있다.

또한 집에까지 봉사원이 찾아와서 가사 등의 일을 대신해 주는 가정봉사원파견센터도 13개나 있다. 또한 치매, 중풍, 노환 등으로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돌봐주는 노인의료시설도 울산에서만 17개나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사전에 시설을 돌아보고 노인이 잘 적응하고 노인에 맞는 시설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혼자서 무료하게 지내는 일상을 반복하게 되면 노인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더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다른 노인분들과 같이 지내면서 전문인력의 수발을 받는다면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이웃의 시선, 형제들과의 의견 마찰, 부모님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 전통적 가족의식 등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제는 노인도 자식도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족의식과 이웃의 눈치로 인해 언제까지 가족들의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갈수록 고령의 부모님은 생겨날 것이고 '나' 자신부터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다. 노인이 된 '나'로 인해 나의 자식들이 가족해체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되고 '나' 또한 제대로 수발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가지고 갈 것인가?

심성보 가온노인복지센터 원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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