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몇 년 전 방 하나에 많은 입소자들이 모여 앉아 있던 장애인생활복지시설을 둘러보고는 복지시설에서 복지를 누리는 게 아니고 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복잡한 심정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시설운영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적은 예산 지원으로 그 정도나마 운영된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기존의 정책과 시설형태로는 생활시설과 재가서비스, 그 중에서도 재가서비스의 주된 3종류인 주간보호서비스와 단기보호서비스, 가정봉사파견서비스가 하나의 시설에서 통합 운영이 어려워 분리 운영되다 보니 이용자들은 노환의 정도에 따라 시설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고 그 가족들도 상당한 고통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야흐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어선 현재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될 풍경이다.

오는 2008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발맞춰 우리 사회는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시설 중에 하나로 지난해부터 소규모 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시설(그룹홈)이 새로운 형태의 시설로 도입됐다.

새로이 도입되는 소규모요양시설은 입소보호+주간보호사업+가정봉사원파견사업이 함께 이뤄지는 '가형'과 입소보호+가정봉사원파견사업의 '나형'으로 구분된다.

노환으로 요양서비스가 필요하게 됐을 때 하나의 통합된 시설 주관 하에 초기에는 자기 집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정봉사파견서비스를 받다가 다음 단계로 필요한 요양도가 높아질 경우 주간보호를 그 다음 단계 입소서비스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나이들어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로 할 때 한 시설에서 단계별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책 및 시설의 도입으로 한 곳에서 지금 유행하는 말로 원 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이뤄져야 할 형태의 서비스였지만 지금까지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해 가족 및 이용자가 불편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복합시설이 가지는 장점을 잘 살려 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이용자 관리에 쏟음으로써 우리가 꿈꾸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어찌 됐든 시대적 상황으로 노인서비스의 종류나 내용에 충실을 꾀하고 있는 와중에 소규모 요양시설과 가정형공동생활가정이 탄생해 노인복지시설의 세계에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양과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모 법인 대표이사가 어르신들한테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하시며 시설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공감이 간다.

서비스의 질 확보를 위해서는 정책부터 시작해 최말단에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직원 한 사람의 복지마인드가 발맞춰 움직여질 때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제는 보호의 차원을 넘어 휴먼서비스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영주 엘림노인복지센터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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