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란 말은 무엇인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나는 노년 또는 앞선 사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다. 모든 생물은 시간 속에 태어나고 시간 속에 살며 시간 속에 생을 마친다. 사람 역시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의 단계와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간다.

노년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노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 학교 친구들, 직장 친구들, 노년이 된 지금 필름을 돌려보고 사진을 보면 과연 몇 명이나 살아있는 지를 감지할 것이다.

지금의 노년들은 일제치하에서 태어나 세계 제2차대전과 8·15 해방 6·25 전쟁의 춥고 배고프고 쓰라린 고달픔과 수난의 역사속에서 폭탄과 총칼을 피해왔고 질병과 전염병을 이겨온 역경의 12관문을 통과한 대 축복을 받은 승리자들이 지금의 노년들이다.

지금까지 긴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눈이 있기에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았고, 귀가 있기에 들을 것 못들을 것 다 들어 왔으며 코가 있기에 향기와 구린내 악취도 맡아왔다. 근세 한국사의 산증인들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태어나 자라온 세상과 가정과 국가를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해오던 그때와 노년이 되어 지위와 역할이 상실된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지금의 노년들은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마 살 수 있도록 밤낮없이 노력해온 1등 공로자들이지만 막상 자신을 위해 투자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시대에 살아온 사람들이다.

노년이 된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고 문화생활이나 취미생활에 무지하고 여유와 유머감각이 부족하고 인생을 즐기는데 미숙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많다.

이웃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나 원자바오 수상이 지방 순시 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제일 나이가 많은 노인을 찾아 자기 옆에 앉혀놓고 "이런 분들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중국은 없었습니다"고 말하는 것은 어른 공경의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이고 진실적이지 않은가.

세계에서 제일 단시간에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세대 차와 가치관 차이가 제일 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우리 노년들은 21세기 최첨단 사회에서 살고 있고 변화되는 문물을 보고 듣고 호흡하면서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는 생명공학과 의술의 발달로 인생의 3분의 1을 노년으로 살아야 할 때며 온 세계가 장수혁명으로 물결치고 있다. 우리 노년들도 고정관념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인생관과 사회관을 합리적이며 긍정적으로 바꾸어 노년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야 한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고 노부부 중심의 독립생활로 있는 재산 자신들을 위해 쓰다 남으면 자식들에게 유산하거나 사회에 기부하는 풍습을 만들어야 한다.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효도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기대하면 실망이 크고 실망이 커지면 분노로 변하므로 애당초 이해하고 기대하지 않으면 편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노년들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육체와 정신이 녹슬지 않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매일 즐겁고 유익한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손달인 대한노인회 울산시연합회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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