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석수 총리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3개월 가까운 총리 부재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압도적 다수로 찬표가 많았다고 하니 앞으로 정치권의 원활한 협조 아래 원만한 국정수행이 이뤄지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앞서 두 총리서리와는 완연히 차이가 나게 솜방망이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부터 무난한 인준이 짐작돼 왔다. 따질 것은 철저히 따지겠다는 다짐은 정치권의 의례적인 말치레에 불과했을 뿐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었다. 김 총리서리의 재산증식 과정과 편법증여 의혹, 장남의 병역면제와 방미 경위, 삼성전자 사외이사 경력 및 실권주 배당 등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 의심이 가는 여러 의혹들을 도덕성 차원의 문제로 두루뭉술하게 봉합한 채 김빠진 청문회로 끝내고 말았다. 이러니 누구에게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누구는 봐 주기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정치권은 이번에도 스스로 좋지 않은 인상을 덧칠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평가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나타난 이른바 사회지도층과 보통사람들 사이의 괴리감이다. 한 점 흠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하나같이 병역문제, 재산문제에 의혹이 제기되는 장면들이 너무 실망스럽다. 가족 중에 병역 면제자 하나 없으면 지도층이 아니라는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산을 불릴 수도 없다는 좌절감이 퍼지고 있다. 정치권 역시 한통속이어서 삼세번이면 어떻든 통과시킬 것이라는 말들이 일찍부터 나돌았고 이번의 압도적 찬성은 항간의 속설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김 총리는 이례적으로 정치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냈다. 정치권의 지지가 국회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어도 국정수행에 똑같은 현상이 빚어져서는 곤란하다. 김 총리는 이제 내각의 책임자이다. 앞으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짧은 기간이나마 내각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진력을 다해 멸사봉공의 전범을 세우길 국민들은 바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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