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베를린 필하모닉/ 첼로 로스트로포비치

 지휘: 카라얀 /

요즘들어 어린 아들 녀석들의 천진하고 엉뚱한 말에 많이 웃곤 한다. 내게도 이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 있을까. 드보르작의 음악을 듣노라면 차가운 바람에 볼이 빨개진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내달리고픈 향수에 젖는다.

 쉽게 물리지 않는 맛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라면 드보르작의 협주곡은 그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의 음악에는 우리의 건강하고 진실한 감성을 일깨우는 풍성한 흐름과 울림이 있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는 그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시기(1892~1895)에 완성된 작품으로 미국의 민속 음악인 인디언 민요와 흑인 영가의 색채, 조국 보헤미아의 민족음악이 긴밀하게 융화되어 있다.

 그의 전기에서 알려졌듯이 드보르작은 향수병으로 이 곡을 완성한 후 고향 보헤미아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런 이국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폭넓은 흐름과 깊이있는 무게로 다가선다.

 고금의 많은 작곡가들이 남긴 첼로 협주곡들 중에서 드보르작의 작품은 그 담대한 규모와 기법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임종을 다섯달 남긴 브라암스가 "이렇게 훌륭한 첼로 협주곡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군. 좀 더 일찍 생각났더라면 내가 이런걸 써보는 건데···."라고 했다고 한다.

 이 곡에는 슬라브적인 힘찬 정열과 미국 민요의 애수어린 서정성이 하나로 녹아든 것처럼 로스트로포비치와 카라얀의 융합 또한 우리에게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8번이나 녹음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카라얀과의 만남은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긴밀감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조화를 이뤄낸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에 관한한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꼭 한번은 권할만 하다고 여겨진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둘러보면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 소중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드보르작의 선율과 함께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도 작지만 건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곁에 숨쉬는 모든 것들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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