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버이날을 맞아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들을 위한 잔치가 열렸다. 노환이 깊고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가정에서 수발을 할 수 없어 헤어진 가족들이다.

행사 명칭(3세대 초청가족 한마당)대로 입소자의 아들, 딸, 손자, 증손자까지 참석해 시설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따라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시골장터를 연상하게 하는 가마솥국밥 등의 먹거리와 손자·손녀들이 오면 보여 주겠다며 만든 모자이크, 서예, 개인 소장품을 한 점씩 내놓은 볼거리 코너 등의 인기가 높았다.

특히 각종 전통 놀이 등을 손자와 함께 해보고 몇 달 동안 연습한 공연을 겸연스레 무대에서 발표할 때는 입소자는 물론 참가자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로 함께 했다.

물론 일부 가족이 없으신 어르신들은 자원봉사자나 직원들이 아들, 딸, 손자·손녀가 일일가족이 돼 드렸다. 입소자의 전 가족들은 초청장 발송과 전화 몇 통으로 자연스럽게 참석, 요양원 옆 공원으로 노모를 업고 나오기도 하고 60세 가까운 손자가 90세의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일광욕을 시켜드리기도 했다.

다른 입소자의 가족들과도 인사하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손자의 손자가 노환이 깊은 할머니를 위하여 솜사탕을 만들어 할머니의 손에 쥐어드리고 카네이션 코너에서 예쁜 꽃을 가슴에 달아드린다. 아름다운 효도이다. 그리고 고령사회가 안고 가야하는 새로운 효도이다.

행사의 첫 해를 생각해본다. 행사가 있음을 알리고 전화로 참석을 여러 차례 독려해도 끝내 참석하지 않겠다는 보호자가 여러분 있었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피하고 싶은 이유이리라. 내 부모를 내 가정에서 정성껏 모시지 않고 요양원에 모신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이다.

노환이 깊은 시어머님을 몇 년 동안 모신 70대의 며느리가 자신이 병이나 요양원에 모셨는데 딸이 와서 다시 모셔가는 사례, 입소자의 직계가족이 의논해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을 어르신의 형제들이 와서 조카들의 불효를 호통 치며 다시 모셔가는 경우 등등….

과연 그 분들이 치매 어르신을 24시간 안전하게 보호하며 질 높은 케어를 할 수 있을까. 과연 대·소변 수발을 잘 하면서 질병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으로 간식과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잘 제공할 수 있을까? 과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온 집안이 대소변 냄새로 진동할 때 증손자가 솜사탕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까.

집에서 모시는 것만이 상급의 효도가 아님을 지난 수 년 동안 주장해 보았다. 오는 2008년 7월이면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다.

그 때가 되면 가족이 없는 어르신의 또 다른 가족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효도, 노환이 깊은 어르신을 자연스럽게 요양원에 모시고 공공장소에 당당히 나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오셔서 틈틈이 휠체어를 밀며 산책을 하는 새로운 효도, 면회를 자주 온 입소자의 가족이 효도상을 당당히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우재권 늘푸른사회복지재단 대표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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