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처용문화제는 다양한 계층의 참가로 시민이 함께 만드는 화합형 잔치를 이루어내기는 했으나 경쟁력 있는 축제로서 자리매김하기에는 여전히 프로그램이 미비했다.

 또한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인 6일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된데다 관람객도 거의 없어 반쪽 행사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처용과 함께 하나되는 울산"이란 주제로 치러진 이번 처용문화제는 청소년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무대를 마련했고 시민단체의 참여를 높여 다양한 체험행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시민 화합잔치"로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된 보조무대 운영을 통해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축제 현장 끌어들이기에 성공했으며 국악과 댄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도 만들었다. 적십자사가 마련한 노인무료급식도 4일 하루에만 750명이 식사를 하는 등 노인들에게 축제의 흥겨움을 제공했다.

 구·군홍보관이 예전에 비해 볼거리가 풍성해졌고 울산R/C동호회의 모형항공기 전시와 농업체험관, 도자기 체험관 등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5일 저녁 행사장을 찾은 황정호씨(21·신정동)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여러가지 꽃을 선보이는 화훼전시장 등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했다.

 반면 처용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은 주제에 근접하지 못했거나 시민들의 호응도가 낮아 처용문화제가 경쟁력을 갖춘 울산의 대표적 축제라는 이름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추진위가 중심행사로 부각시키며 기대를 모았던 가면페스티벌은 안경과 스카프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10대들의 춤경연대회에 그쳤고 관람객들도 춤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이 무대를 감싸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었다. 처용무가 탈을 쓰고 추는 춤이라는 점에서 기획된 가면페스티벌의 본질을 찾기 어려웠을 뿐아니라 청소년 취향의 춤으로 국한돼 가족단위 또는 장·노년층의 관람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고 말았다.

 헌강왕 행렬 등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드러내는 거리퍼레이드도 각 행렬의 특징에 맞게 분장을 한 참가자들이 더위에 지쳐 길을 따라 걸어갈 뿐 인근 주민들이 참가와 환호를 유발하는 이벤트가 전혀 없어 밋밋했다는 지적이다.

 정창호씨(72·중구 다운동)는 "거리퍼레이드를 한다기에 볼거리가 있나해서 가족들과 함께 나왔더니 그냥 지나가버리고 저녁에 큰 무대에서 뭘한다기에 나왔더니 애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라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처용문화제를 홍보하고 처용문화제의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던 사전행사 "처용심포지엄"(9월27일 오후 2시)은 처용과 처용문화제에 관해 진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으나 평일 낮에 열려 청중이 몇 안되는 바람에 홍보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며 "처용·한강왕을 찾아라"도 참가자도 많지 않을 뿐아니라 관중들도 적어 행사의 취지를 살리지는 못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마련한 특설무대의 활용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설무대는 4~5일 이틀동안 오후 3~5시 오후 7시~10시에 개막식과 국제민속춤페스티벌, 가면페스티벌을 가져 축제기간 내내 10시간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6일 비가 오지 않았다하더라도 7~9시까지 국제민속춤이 예정돼 있었을 뿐으로 3일동안 특설무대 사용 시간은 전체 1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행사 장소를 태화강 둔치가 아닌, 울산대공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날씨가 유난히 더웠던 4~5일에는 흙먼지로 인해 전시장 운영자와 관람객들이 먼지를 뽀얗게 뒤짚어쓰는 불편을 겪었고 비가 내린 6일에는 흙탕이 되어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한 시민은 "울산대공원은 야외공연장도 마련돼 있어 시설비를 아낄 수도 있으며 포장이 되어 있어 날씨에 구애를 덜 받을 뿐아니라 휴식공간이 갖추어져 있어 태화강 둔치 보다 낫다"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jms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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