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도심속 주민 커뮤니티로 거듭난 도쿄

일본은 열도 곳곳에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케이드 상점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도인 도쿄에는 아케이드가 드물다. 침체된 상권이 드문데다, 관광도시도 아니어서 특별히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00% 공채 사무국서 주차장 운영·이벤트 주도
DB 활용 '고객끌기'…포인트 회원 10만 넘어
10일 '파르므 날' 아케이드 아래는 '축제의 장'

그 가운데 도쿄 시나카와에 위치한 무사시코야마 아케이드 상점가는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불황을 모르고 있다. 올해 60주년을 맞는 상인조합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있다. 물론 아케이드도 설치돼 있지만, 그것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편익 중 하나일 뿐이다.

◇상가를 경영하는 기업형 상인조합

무사시코야마 상점가는 1956년 처음 아케이드를 설치 한 이후, 지난 1985년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V자 모형의 아케이드 상점가 길이는 630여곒이며, 227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주목할 것은 이 상점가의 상인조합이다. 일반적으로 상인회에 소속된 상인들이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무사시코야마 상인조합에는 직원 16명이 일하는 사무국이 있다. 직원들 가운데 상점가 출신은 한명도 없으며, 모두 시험을 통해 '채용'됐다.

상인조합은 마치 기업처럼 상점가를 '경영'한다. 주차장 운영이나 이벤트 준비 등 장사를 제외한 모든 활동은 조합이 책임진다.

상인들이 부담하는 월회비는 비싼 편이지만, 조합에 대한 상인들의 만족도는 높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후타마타 케이코씨는 "사무국 직원들의 노력으로 주민들이 상점가를 많이 찾는다. 상인들은 조합을 믿고 장사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객관리도 철저하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모으기보다는 단골 고객에게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반경 1.5㎞ 이내에 주거하는 주민수' '평일과 휴일 상점가를 찾는 고객수' '성별·연령별 상점가 선호도'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데이타베이스화해 각종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

또 상점가 포인트카드와 신용카드를 발행해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정보를 철저히 수집·분석하고 있다. 많은 상가들이 카드발급 사업에서 실패하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3년 동안 각종 성공·실패 사례를 분석했고, 무사시코야마 상점가의 특성에 맞는 카드를 개발했다. 그 결과 포인트카드 회원은 10만명을 넘어섰고, 신용카드 회원도 2만명에 육박한다.

◇지역 주민의 친구, '파르므'

상인조합은 지역민들에게 '재미있고 친근한 상점가'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상점가의 이름을 지었다. 주민들은 무사시코야마 상점가를 '파르므'(Palm)라고 부른다. 파르므는 친구를 뜻하는 'pal'과 무사시코야마의 약자 'm'을 합성한 것으로, '무사시코야마는 여러분의 친구입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버를 형상화 한 캐릭터, 상징물인 황금순(황금색 죽순 모형) 등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파르므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들이다. 상인조합은 대형 축제 대신 주민들이 연중 내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가장 큰 규모인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비롯해 현지 상인을 초대해 특판전(3월)을 열거나, 북해도의 얼음을 가져와 눈썰매 체험 이벤트(6월)를 열기도 한다.

특히 만화캐릭터 쇼나 소년야구대회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조합은 어린이를 파르므의 '팬'으로 만들어 그들의 부모들을 상점가로 유도하는 한편, 상점가의 미래고객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둔다.

또 매월 10일을 '파르므의 날'로 정하고 단골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이날은 평소보다 포인트가 2배로 적립되며, 각종 할인판매도 이뤄진다. 캐릭터 인형들은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며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손님들도 손을 흔들어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본 도쿄=글 허광무·사진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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