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수혜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회복지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정부가 복지의 권리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 가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이것을 학교급식과 관련지어 논의하면 예산배정을 전체 학생을 수혜대상자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저소득학생을 수혜자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 관점에 따른 정책결정은 그 국가나 지방의 경제규모, 정치·문화적 배경, 재정상태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학교급식지원과 관련된 주민소환이나 남구청의 입장은 위에서 논의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남구청은 지방재정을 어디에 편성해야 편익비용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가를 분석했고, 그 결과에 따라 신선산 산책로 조성, 선암수변공원 조성, 주차장 확보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급식울산연대가 제기하고 있는 주민소환은 보편적 지원의 당위성이라는 하나의 가치만 갖고, 구정 흔들기를 통한 정치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국 234개 자치단체 중 학교급식지원을 전면 실시하는 단체는 없으며, 시범실시조차 하지 않은 단체도 102개(44%)에 이른다. 즉, 남구만 제외하고 다른 지자체들은 이 제도를 전면 실시하는 것처럼 홍보해서는 안될 일이다. 울산의 다른 지자체도 전면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몇개 학교만 시범급식을 하고 있다.

현재 수준의 급식인프라와 재정으로는 전면 사업시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시범사업을 통한 손실을 사전에 막고, 타 자치단체의 여러 해에 걸친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서 조금씩 전진하려 한다. 선행요건으로 우수농수산물(유기농산물) 확보방안, 학교급식직영실시방안, 국가지원 및 재정확보 방안의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타 지자체에서도 재정문제와 우수농수산물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근본 문제 때문에 학교급식식품지원사업은 국가 지원 없이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필요로 한다.

남구청은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으로 2000여명의 저소득층 자녀(차상위 계층 자녀까지)에게 우수한 품질의 쌀(유기농 쌀)과 질 높은 도시락(단가가 높은 도시락),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품권(대형할인점 상품권, 재래시장상품권, 농협상품권 등)을 분배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면 적극적으로 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사회를 이끌 학생들에게 질 높은 식자재 공급을 거부하는 지방정부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책의 달성 방법에 관한 논의로 귀결돼야 할 사안이지 소환의 문제로 비화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정치적 반대파의 문제 제기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를 흉내 낸다면 주민의 복지증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서로 견제는 하되 급식과 관련해서는 협력하는 지방정치의 형태가 절실하다. 앞으로도 주민, 정치인, 공무원, 기업, 학교 등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급식사업은 정당과 단체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협치가 진정으로 필요하다.

이은수 사회복지사 1급·공무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