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조선 중종 때 서울에 살던 사가(史家)의 노비 붕이(朋伊)가 12세 때 와병 중인 부친에게 손가락을 잘라 약에 피를 섞어 드리니 병이 나았다고 전한다. 자신을 천인으로 만든 부친에 대한 극진한 효도였다.

효(孝)에 도(道)자가 붙은 것은 효에도 지극한 경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나라 때 24효에 뽑혔던 오맹(吳猛)은 자신이 모기를 쫓으면 부모님께 갈까봐 자진해서 물렸고, 전라도 용안(龍安)현의 이보(李甫)는 꿈속에 한 승려가 나타나 "부친의 병은 산 사람의 뼈를 먹으면 낫는다"고 하자 손가락을 잘라 약을 만들어 아버지의 병을 고쳤다.

'효(孝)'란 늙은 어른(老)을 받드는 자식(子)이라고 하는 '효(孝)'자의 문자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행위 주체는 자식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효의 사전적 의미는 '부모를 잘 섬김'으로 돼 있다.

누구나 '효'에 대해 생각한다. 효를 실천하는 방법은 가정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효=부모를 집에서 모셔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들을 한다. 단지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만이 효도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인구의 0.3%만이 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99.7%는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단독세대의 증가,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증가, 그리고 부양가족의 질병, 출장 등으로 전통적 가족 부양체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가족부양체계의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심신의 건강유지 및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복지법이 1989년에 제정돼 '정신적, 신체적인 이유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곤란한 노인과 노인 가정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이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노인부양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재가노인복지사업이라는 해결책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대안이 있다 해도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노령과 질병으로 인한 우리 어르신들의 노후가 평안하다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정부와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확충과 소규모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가정내에서만 모셨던 어르신들을 시설이나 기관에 모심으로 인해 그 가족들의 경제 활동은 물론 어르신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어르신들의 노후 거주와 관련해서도 급격한 사회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함께 탈바꿈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며 어르신들에게도 자기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자연 환경이 좋은 그리고 의료 시설이 잘 구비된 노인 시설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적 발달도 높이고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당연한 권리를 우리는 존중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진정한 효도에 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조현숙 은빛노인복지센터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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