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맞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감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는 평소보다 전기가 20배 정도 잘 통해 매년 발생하는 감전사고의 절반가량이 여름철에 집중된다. 일찍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에는 장마도 조금 이른 6월 중순 후반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장마권의 영향에 들게 된다는 기상청의 발표에 따라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양재열)는 6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2개월동안 장마철 전기안전 강조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장마는 6월22일께부터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점차 북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7월 중순 후반부터는 점차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 누전사고 위험이 크다. 해마다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 수는 70∼90명, 부상자는 10배인 700∼900명에 달한다. 감전사고의 30~40%, 감전으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된다. 신체 노출이 많아지고, 땀으로 인한 인체 저항이 약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흔히 감전사고는 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용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용량도 급증하면서 생활 주변 곳곳에 감전사고의 위험이 더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04년 감전사고 사상자 757명중 저압설비나 전기기계 등에 감전된 사람은 513명(사망 37명, 부상 476명)으로 고압에 감전된 244명(사망 34명, 부상 210명)의 2.2배나 된다. 또 감전사고 사상자의 13%가 넘는 103명이 15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전기는 20mA만 돼도 1분 이상 흐르면 호흡 근육을 마비시키고, 50mA 이상이면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50mA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220V 30W 형광등에 흐르는 전류 136mA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감전사고가 나면 우선 전원차단기(일명 두꺼비집)을 내린 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전선이나 도체에서 분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의식·호흡·맥박상태를 살핀 뒤 인공호흡이나 심장마사지 등 응급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누전이나 합선 등으로 인한 전기화재 발생건수는 지난 2005년 기준 8535건으로, 총 화재 발생건수(3만2340건)의 26.4%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 등이 증가하면서 여름철 전기화재도 늘어나는 추세다.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누전차단기를 점검해야 한다.

누전차단기는 집안 배선에서 전기가 샐 경우 이를 감지해 전기를 차단하는 장치로, 현관 분전반(두꺼비집)에 있는 누전차단기 버튼(적색 또는 녹색)을 눌러 '딱'소리가 나면서 스위치가 내려가면 정상이다. 누전차단기가 없는 일반 주택의 경우 세탁기나 식기건조기 등 물기가 많은 곳의 전기기구에 접지선을 설치해야 한다. 접지는 누전된 전류를 땅속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가전제품을 만질 때 젖은 손은 금물이다. 가전제품 등에 손을 대면 찌릿찌릿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기기나 전선에 물기가 스며들어 누전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누전현상이 일어나면 즉시 차단기를 개방하고 전기공사업체나 한국전기안전공사(1588-7500)에 점검을 의뢰해야 한다. 특히 장마철을 맞아 집이 물에 잠길 경우, 전기 콘센트 등을 통해 괸 물에도 전기가 흐를 수 있는 만큼 접근을 피해야 한다. 전원을 차단한 뒤 물을 퍼내고 건조시킨 다음 전문기관에 점검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비바람이 불어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봇대가 넘어졌을 경우 근처에 접근하지 말고 즉시 전기고장신고(국번없이 123)를 해야 한다.

휴가를 떠날 때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는 모두 뽑고, 전등 스위치는 끄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방범을 이유로 전깃불을 켜 놓으면 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굳이 켜 두려면 조도 감지장치가 있는 조명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영태 한국전기안전공사 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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