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파라치"라는 신종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한다. 카파라치란 영국 찰스황태자의 부인이었던 다이애나비의 죽음으로 "파파라치"라는 직업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이후 얼마전부터 교통법규 위반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여 신고보상금을 지급받는 전문신고꾼들을 빗대어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전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 전문 신고꾼인 이른바 카파라치에게 경찰이 지급한 보상금이 울산지역에서만 8천521만8천원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각 경찰서별로 상위 10명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8천77만8천원으로 집계되는 등 카파라치 19명이 전체의 94.78%를 독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 중 한 사람의 경우 혼자서 지난해에는 8천319건,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2천371건 등 총 1만690건으로 3천207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일반 직장인의 연봉수준보다 많이 받아갔다고 한다. 장사로 치자면 참으로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교통법규 위반 신고 보상제도가 본래 의도한 건전한 시민신고제의 정착이라는 최초의 취지는 무색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경찰은 최대 대목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19일자로 보상금을 신고 건당 3천원에서 2천원으로 줄이고 신고 접수 기한도 사진 촬영 후 7일 이내에서 5일 이내로 단축하는 등 위 제도의 원래의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하고는 있으나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돈을 받고 카파라치 기법을 전수하겠다는 광고가 인터넷상을 횡행하는 등 카파라치는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위와 같은 카파라치의 활동에 힘입어서인지는 몰라도 경찰청 집계결과 신고보상금제 실시 이후 지난해 3~12월 신고가 많이 접수된 100곳의 교통사고가 지난 2000년보다 45.7%, 사상자는 47.5% 각각 줄어 들었다고 한다. 이는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도가 카파라치라는 신고꾼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국 원래 의도하고자 한 사회경제적 손실방지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찰청이 발표한 위 교통사고 통계를 볼 때 그동안 어떠한 실질적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준법정신의 결여가 수없이 많은 교통사고의 한 원인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준법정신의 실종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하나의 예라 할 것이다. 즉 카파라치라는 웃기는 직업을 탄생하게 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토양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준법정신의 결여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보도내용에 따르면 어떤 시민단체는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도가 카파라치를 양산하는 폐해가 있고 시민들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준법정신의 결여에 있다는 점에서 위 시민단체의 지적은 그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기만 하다. 즉 카파라치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다른데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준법정신의 결여에서 찾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카파라치 혹은 쓰파라치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처방은 다름 아닌 국민 개개인의 준법정신 무장과 그 실천이라 할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쓰파라치"라는 신종 직업도 생겨났다고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 투기 신고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들인 "쓰파라치"가 호황을 누린다는 보도다. 이런 추세라면 그 다음에는 또 무슨 "파라치"가 등장할 것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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