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사회도 양극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워 성장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분배에 더 힘을 실어주는 진화된 사회로의 첫 출발점이 된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부의 편중으로부터 소외된 자, 약한 자 등을 함께 아우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서서히 자리잡게 되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에너지 부문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고효율 조명기기를 교체 지원해주고 낙후된 전기 및 가스설비 개·보수를 지원하는 등 이른바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다양한 에너지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유가 70달러 시대가 코 앞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복지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유가가 인상되면 될수록 서민들이나 소외계층의 고충은 더 커지는 반면 가진 자의 불필요한 에너지 남용은 도를 넘어 선다. 극명한 에너지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에너지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현재의 고유가는 장기 고착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가 넘어선지 오래이며 이러한 지칠 줄 모르는 유가의 최고가 행진으로 국내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서민들은 자가운전에 부담을 느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산업계는 사업장 구석구석까지 에너지 낭비 요인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사회 한편에는 한여름에 선풍기는커녕 전기가 끊겨 양초로 불을 대신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한겨울에도 난방이 되지 않아 동상에 걸려 고생하는 불우 이웃들도 많이 있으며 이렇듯 에너지 위기로 모두들 어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냉방으로 한여름에 긴 옷을 입은 채 냉방병 걱정을 하고 있으며 영업시간을 넘긴 쇼윈도는 밤새도록 불을 환히 켜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사용 실태의 선명한 극과 극은 에너지 부문 양극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소비 되고 있는 에너지를 찾아내어 이를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나누어준다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에너지도 절약하고 불우 이웃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절약 실천으로 소외계층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에너지(-), 사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작년 하절기(7∼8월) 대비 5%이상 전력을 절약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절약금액을 적립해 주고, 그 적립금액을 참여 아파트 이름으로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시설 등에 기부함으로써 에너지절약을 통해 고유가도 극복하고 이웃사랑도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사이다.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오는 6월30일까지 신청접수를 받고 있는 이번 캠페인에 보다 많은 부산·울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

냉방 장치 사용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이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전체 전력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냉방 온도를 3℃만 높인다면 연간 4조6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100만kw급 발전소 2기를 짓지 않아도 된다. 올 여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온 국민이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실천으로 고유가도 극복하고 주위의 불우이웃에게 사랑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처럼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울 때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을 돌아보는 조그만 관심과 배려가 '에너지 복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류기준 에너지관리공단 부산·울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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