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 학대받는 노인들

노인학대 신고 월평균 8건 … 해마다 증가
가족갈등 36.8%…경제적 문제도 26.3% 나
'사회문제' 인식 예방대책 마련 시급 지적

지난 15일은 제2회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었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가 사회의 노인 부양 문제와 함께 노인학대라는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촉발했고 그 심각성이 적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과 울산노인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노인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아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 및 친족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최근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노인학대가 단순히 가해자나 노인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가족 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울산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울산 지역의 학대실태를 알아 보고 노인학대 예방 대책을 조명해 본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역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인 두 아들과 함께 사는 A 할머니는 계단에서 떨어져 골절을 당한 후유증과 관절로 전혀 거동을 못하고 당뇨로 방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A 할머니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병원 입원이나 요양소 입소를 거부하고 있다. 출가한 두 딸이 있지만 왕래가 없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자기방임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는 셈이다.

두 자녀를 둔 B 할아버지는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키는 아들의 부양을 받고 있으나 조울증 증세와 함께 아들의 가끔씩 이뤄지는 신체적 학대로 고통을 받고 있다.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는 D 할머니는 알코올중독 상태인 아들로부터 욕설과 구타 등을 당해 온데다 최근 아들이 알코올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요양원에 입소하게 된 경우다. 남편인 E 할아버지의 경우도 질병 등으로 역시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노인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 말 현재까지 노인학대로 신고접수된 사례는 월 평균 8건씩 모두 4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8.4건(총 101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05년의 2건(총 24건) 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상담 결과 실제 피해노인은 월 평균 3.2명씩 모두 16명으로 여성노인이 13명으로 전체 피해노인의 80%를 넘었다. 지난해의 월 평균 4.7명(총 56명)보다는 낮아졌지만 2005년의 월 평균 1.83명(총 22명)보다 배 가량 높았다.

연령대 별로는 80~84세 이하가 6명으로 37.5%를 차지했으며 60~64세 이하 3명, 65~69세 이하와 75~79세 이하가 각각 2명이었다.

학대행위자는 전체 22명으로 이중 63.6%인 14명이 아들이었으며 딸도 22.73%(5명)로 나타났다. 즉 친자녀에 의한 학대가 86.4%에 달했다. 지난해도 전체 학대자(57명)의 75.4%인 43명이 친자녀로 조사됐다.

노인학대 가해자의 열 가운데 팔구명이 아들과 딸 등 친자녀 등 가족과 친족인 셈이다. 단순히 피해 노인과 가해자 개인의 병리적 특성보다는 피해 노인과 학대행위자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가족 관계적 문제에 원인이 있는 사회적 문제인 셈이다.

학대자 직업은 무직자가 54.5%인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주부나 전문직, 일반 관리직, 기능직, 자영업 등 다양했다. 노인 학대에 경제적 이유가 큰 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학대 유형으로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40%로 가장 많았다. 언어·정서적 학대는 가정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대행위로 피해노인이나 학대행위자 자신 조차 학대라는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어 방임 및 자기방임이 31.4%, 신체적 학대는 20%, 재정적 학대가 8.6% 등 순을 보였다.

'학대의 주된 원인'은 '학대행위자와 피해자의 갈등'과 '가족갈등' 등 피해자와 학대행위자 사이의 개인적인 갈등을 포함한 가족갈등이 36.8%에 달했으며 학대자 및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도 26.3%에 달했다.

최은진 노인학대예방센터 팀장은 "울산의 경우 노인 구성비가 낮고 자녀들의 경제적 능력이 비교적 양호해 노인학대 수준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노인학대 신고접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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