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도 반세기를 훌쩍 넘어, 전쟁 발발 57돌을 맞이한 가운데 뜻 깊은 행사 하나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이다.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13만여위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찾아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국가적 보훈사업이다.

이 사업은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 무한책임 의지를 실현함으로써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고양시키고, 유가족들의 피맺힌 50여년의 한을 풀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

또 국민에게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나라사랑과 호국·보훈의식을 함양케 하는 것도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전쟁희생자에 대한 예우에서 본보기가 되는 국가를 꼽는다면 미국이라 할 수 있다. 다민족 국가이면서도 국가를 위한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면 반드시 국가에서 응분의 보상을 받는다는 확신이 그들을 지금의 강대국으로 만들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라는 미국민의 구호처럼 미국은 400여명의 전문인력과 연간 1억5000만달러를 동원해 북한뿐 아니라 베트남·중동·발칸반도 등 전쟁 희생자가 있는 전 세계에서 각종 전쟁의 실종전우 1만7000여명을 찾는 유해발굴사업을 범국가적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사람이면 지구 끝 어디라도 달려가 유해를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자, 자랑스러운 순국선열의 호국정신을 자손만대에 기리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다시는 이 땅에 한국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건한 국가안보를 올바로 세우는 데 온 국민이 몸소 실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또 이웃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전상군경들과 그 유가족들을 예우하는 마음을 생활화하고, 주위의 현충시설을 찾아 꽃 한 송이 바치면서 먼저 간 호국용사들의 영령에게 감사하는 보훈문화가 추진돼야 할 것이다.

호국보훈의 참뜻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전면에 우뚝 서게 한 애국선열, 호국용사들의 위국헌신, 멸사봉공의 정신을 되새기고 본받자는 데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전쟁 57돌을 맞아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과 전몰 호국용사의 영전에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마지막 한사람을 찾는 그날까지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책임이다.

신석택 울산보훈지청 자력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