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한 가구에 4~5명씩 자녀를 둔 것은 보통이었다. 심지어 우리 부모는 8명이나 자녀를 두었을 정도다. 때문에 우리 집을 비롯해 주변에는 먹거리조차 해결하기 힘든 가정이 한 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뉴월에는 소위 보릿고개라고 하는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함에도 당시 어른들은 자식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아도 70년대에는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은 평균 자녀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4.53명(1970년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하던 합계출산율이 2005년에는 급기야 1.08명 수준까지 떨어져서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아주 심각한 실정이다. 쉽게 말해서 요즘은 부부 두 명이 일생동안 자녀를 한 명 정도 밖에 낳지 않는다는 얘기다. 백팔번뇌(百八煩惱)를 할 수 밖에 없는 숫자(1.08)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왜 출산율이 갑자기 떨어졌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자녀 부양 문제가 아닐까 싶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자식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먹을 것은 갖고 나온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의식주를 비롯한 교육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더불어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자식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선진국에서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과외 광풍을 몰고 왔다.

이러한 과열 과외 광풍은 사교육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더불어 공교육 시스템의 약화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금 이 시대의 수많은 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때문에 자녀 출산까지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가계지출 가운데 교육비 비중은 2006년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무려 11.4%에 달한다.

개인과외 등에 대해 곱지 않게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에 관한 통계조사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실제 교육비 부담은 이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교육비 때문에 맞벌이를 하여야 한다'는 말은 이제 통계숫자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수긍하는 말이 되었다.

이러한 교육비 부담의 증가 특히 사교육비의 급속한 팽창은 공교육의 약화,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저하, 지나친 가계 부담, 그리고 심야까지 계속되는 수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정신적·신체적 발달의 저해 등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7월 2일부터 7월13일까지 약 1주일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이번 조사를 통하여 학생들의 학교 밖 사교육 참여 실태 및 방과 후 학교활동 참여현황, 지역별, 인구 속성별 사교육 실태, 사교육비 지출규모 등을 파악한다.

응답내용에 대해서는 통계법에 의해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므로 표본으로 선정된 학부모께서는 안심하고 정확한 통계생산이 될 수 있도록 성실한 응답을 해주길 바란다.

이번에 실시하는 '사교육비실태조사'를 통해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 및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정책수립과 더불어 우리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통계청 및 각급 교육기관은 물론 학부모께서는 우리 자녀들의 앞날을 위해 백팔번뇌(百八煩惱)의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만기 부산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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