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로 강을 건너다 그 자리에 태화다리가 놓였다. 다리는 곧 울산의 명물이 됐다. 멀리 로얄예식장 아래에서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멀리 다리와 미류나무가 보이고, 가까이 바위가 삐죽삐죽 솟아 있고, 하늘에 소나무가 걸쳐지고, 잉어잡이를 나온 쪽배가 운치를 더하는 풍경은 울산사람들에게 오랫도록 자리잡고 있는 풍경 이상의 정서다.

 태화강에는 유난히 미류나무가 많았다. 강둑은 말할 것도 없고 강바닥에 형성된 삼각주인 섬밭에도 미류나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류나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다가 바람이 불면 "포로롱" 소리를 내며 작은 이파리를 흔들어 댔다. 태화다리가 놓인 뒤에도 섬밭은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키큰 미류나무는 마치 다리 건너 소식이 궁금한 듯 길게 고개를 내밀고 건너다 보곤 했다. 1967년 촬영. 글=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사진=서진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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