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에는 유난히 미류나무가 많았다. 강둑은 말할 것도 없고 강바닥에 형성된 삼각주인 섬밭에도 미류나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류나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다가 바람이 불면 "포로롱" 소리를 내며 작은 이파리를 흔들어 댔다. 태화다리가 놓인 뒤에도 섬밭은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키큰 미류나무는 마치 다리 건너 소식이 궁금한 듯 길게 고개를 내밀고 건너다 보곤 했다. 1967년 촬영. 글=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사진=서진길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