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의 원료로 쓰이고 있는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주)카프로는 국내 하나밖에 없는 독과점 업체이고 그만큼 회사운영에 있어서도 경쟁자 없는 독점체제를 지닌 기업이다.

그런 독과점체제 때문일까? 카프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노사 간의 마찰을 빚어왔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숱하게 발생하였다. 이번에 다시 황산 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났고 회사는 역시 사고 자체를 은폐 축소하였고 개선에 대한 반성이나 대책에 대한 어떤 고심도 없던 것으로 보여졌다.

먼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정리해보자.

첫째, 카프로의 관계자는 '공단지역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인명피해도 없었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하였다.'

공단지역에는 사고가 일어난 (주)카프로를 포함하여 많은 기업들이 있고 그 기업들은 독성물질이나 화재폭발의 위험을 지닌 위험물질들을 취급하거나 제조하고 있다. 그런데 왜 카프로만이 이런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회사 관계자들의 안전에 대한 기본적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이번의 사고로 인근 공장과 시민에게는 치명적 사고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하인리히의 사고 강도법칙에 의하면 이번과 같은 작은 사고가 29번씩 거듭 발생하면 한 번의 치명적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흔히 있어온 사고'라고 하는 회사관계자의 증언을 미루어볼 때 이는 안전의식 부재의 위험한 발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말하였듯이 인근 공장에서는 그런 사고들이 흔히 발생하지도 않고 있으며 있어서도 안될 중대한 사고이며 그런 뜻에서 카프로 관계자가 말하는 그와 같은 가벼운 발언은 엄중히 경계되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에 의하면 회사는 사고발생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사고의 규모를 축소하고 발생사실까지도 쉬쉬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회사 측은 바늘 구멍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고 하였고 노조 측은 3~4시간 동안 종업원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였다. 노조관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사고 발생시점인 7월1일 23시에서부터 공장정지가 이루어진 이튿날 새벽 4시에 이르기까지 카프로는 사고 발생을 은폐 축소하였으며 화학공장에서는 이런 은폐가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

공단 내 많은 화학공장들도 그렇거니와 경쟁국들의 기업에서는 공장 내 위험정보를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가스누출과 같은 사고 발생 시에는 조속히 이를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만큼 안전과 환경관리에 대한 투명성과 함께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프로는 사고발생보고의 지연을 포함하여 내외부에 이를 은폐하고 있는 사실을 두고 볼 때 그런 투명성과 도덕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노조가 아직까지도 회사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대화가 단절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안전에 관한 정보까지도 기밀로 접어둘 만큼 회사내부의 직원들 상호간에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문제의 핵심은 회사 경영진의 경영방식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카프로의 사장이란 분은 화학공장과 기업경영에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전해 듣고 있다. 다만 카프로의 노조가 강성인 만큼 그 경영자도 강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문제의 실체를 모르고 회사가 나아가야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74일에 걸친 파업에 맞서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였다면 안전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신승부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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