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모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한마디가 한동안 우리사회의 화두가 됐다. 바로 우리나라의 '샌드위치론'이다. 일본의 기술력에 눌리고 중국의 성장세에 쫓겨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는 많은 분야에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엄연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국가경쟁력을 연구해 온 산업정책연구원(IPS)이 발간한 '2007 IPS 국가경쟁력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평점 45.8점으로, 분석대상 66개국 가운데 23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한 것일 뿐 아니라 처음으로 중국에 두 계단이나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도부터 울산을 방문한 많은 중국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간부들이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의 세계 일류 수준의 거대한 시설규모, 생산성과 기술력에 입을 벌리며 놀라워하며 부러워 했었다. 그리고 중국에 돌아가서는 SK를 배우라고 독려 하며 많은 시찰단을 보내 왔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는 그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자기들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말들을 많이 하곤 한다. 중국 정부도 이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만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거대시장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그들에 맞서 우리의 한발 앞선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승부하지 못한다면 이제 과연 우리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는지 막막한 두려움에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올해 초 필자는 울산을 떠난 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간 본사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대덕연구소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과 사업개발 업무를 수행하다가 우리나라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의 요람이자 대표 사업장이라 할 수 있는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의 생산업무를 총괄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필자는 취임시 첫 번째로 우리 구성원들에게 "이제 우리가 살 길은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울산콤플렉스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Back to the Basic', 즉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고 강력하게 당부했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은 진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강한 나라,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강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구축하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구성원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마음자세가 우선적으로 갖춰져야만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본(基本)과 원칙(原則)', 어찌 보면 우리들이 흔히 듣고 보아 온 말들 중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가장 간과해 온 단어가 아닌가 싶다. 삼라만상에는 예외 없이 기본과 원칙이 존재한다. 모든 만물에는 나름의 본질이 있고 질서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살펴보면 기본과 원칙이 무시된 채 본질이 왜곡되고, 무질서와 불법 등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효율이 저하되는 사례를 종종 보곤 한다.

혹자는 기본과 원칙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매사가 경직되고 창의성이 상실되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생각해 봄직한 얘기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은 상식(Common Sense)에 그 바탕을 두고 있으며, 상식은 공감대로 이어져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SK에는 제반 경영활동의 기본과 원칙을 담고 있는 SKMS(SK Management System, SK 경영관리체계)가 있다. SK 구성원들간에 일을 함에 있어 서로 이해하고 합의한 경영의 기본과 원칙으로서 지난 1979년 SKMS가 제정되었으며, 몇 해전에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반영하여 일부 개정 작업을 거쳤다. 이 SKMS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SK 경영활동의 상식이자 바이블로 활용될 것이다.

이제 세계는 하나로 열려있다. 세계가 경쟁하는 장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연후에 이에 더해지는 창의성으로 역량을 집중해 간다면 세계 제일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상훈 SK에너지(주) 생산부문장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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