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상일보에 난 기사를 읽어내려가다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천신만고끝에 공들여 따낸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뒤늦게 울산시민들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조망권 확보를 위해 대학시설 앞에 있는 야산을 절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부 유관부처를 상대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무소득이다. 정부는 울산시가 내놓은 문건만 검토한 채 '불가' 판정을 내렸다. 울산국립대 건립과 관련된 국비지원은 이미 끝난 상황인데다 BTL방식에 의한 대학시설 사업자 선정고시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는 논리다.

애초에 합의하기를 부지는 울산시가 제공하고, 건립비는 울산시와 정부가 반반씩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산 이야기는 애시당초 없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산을 잘라내야 하니 비용을 주시오"하면 "여기 있소"하고 선뜻 내줄 정부가 아니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행정이요, 뒷북행정이라 할 만하다. 사업비가 적게는 98억원, 많게는 400억원까지로 추산되는 만큼 적은 금액도 아니다.

개인이 집을 한 채 짓더라도 땅밑에 수맥이 있는 지, 제거하기 어려운 수목은 없는 지, 암반은 괜찮은 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립대가 들어설 부지로는 현재 결정된 울주군 반연지구만 거론됐던 것이 아니다. 울산시가 후보지를 복수로 추천했고 교육인적자원부가 결론을 내린 사항이다. 밀고 당기는 실랑이도 있었고 실사팀이 현장을 여러번 다녀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사전에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돈도 돈이지만 환경훼손 문제까지 걸려 사실상 '불가'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실제로 교육수요를 충분히 감안한 객관적인 검토가 아닌 '내것 챙기기'식 발상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꼭 여기라야 된다'고 결론부터 내리고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부친 결과다. 부지를 선정하는 데는 우선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지, 있다면 해결가능한 것인지, 그에 따르는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부터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사업자 선정 고시까지 해둔 지금에 와서 조망권 운운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울산국립대가 어제 오늘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그간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오랜 기간 공들인 결과다. 그런데 결국은 지역 이기주의와 사전불찰로 인한 오판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물론 울산시는 이번 사안을 가지고 정부에다 재정지원 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지만, 정부가 쉽게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조망권 문제는 부지 선정과정에서 미리 짚었으야 할 문제다. 만약에 조망권 문제로 인해 예정된 2009년 개교에 차질을 빚는다거나, 수천억원을 들여 세운 국립대가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곤란을 빚을 경우 그 빚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울산시는 나름대로 가장 빠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고, 정부로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립대 개교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지 선정과정에서 굳이 이 지역이 최적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앞장서 풀어나가야 할 일이다.

정사균 전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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