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80이 넘었지만 일제시대 때 한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며 늦은 밤에도 노트를 들고 나와 "이렇게 쓰는 것이 맞냐?"하며 한글 한 자 한 자 알아가는 것에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어르신들, 이제는 그 어르신들의 일기 쓰는 것을 도와드리며 늦은 삶을 기록으로 남겨 친구들에게 들려줄까 계획하고 있다.

또한 미술치료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르신 개인들의 작품이 벽에 걸릴 때마다 자기 존재와 만족에 기뻐하며 다른 어르신께 본인의 작품이라며 자랑하는 모습은 꼭 어린아이 같다.

전통음식을 만들며 젊었을 때의 솜씨자랑에 열의가 가득했고 물리치료, 수지침, 건강체조, 노래교실 등 작은 프로그램에도 건강을 위해 소홀히 여기지 않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면 삶의 소중함을 더 느껴본다.

이런 어르신들의 1세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 잘 살아가는 우리나라가 있지 않았을까?

일제탄압과 6·25전쟁, 4·19, 5·16 역사의 모든 핵을 지나와 이제 편히 쉴 만할 때 육체는 병들고 마음은 여려지고 가진 것은 없고 의지할 때 조차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불안이 어르신들의 희망을 빼앗을 때 저희 시설은 어르신들의 희망이 되어드리며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라 하는데 우리들 곁에서 그 아름답고 귀한 사랑을 평생 몸으로, 마음으로 실천해 온 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 곳에 또 하나의 사랑을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그리고 거기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 이 곳의 어르신들은 나를 알아주고 어르신들의 연약한 부분들을 이해하며 품어주는 사랑을 소망한다. 내 몸이 내 몸대로 움직이지 않는 허탈감, 어느 누구의 말보다 몸에 좋다하는 약 한 알에 귀가 솔깃해 생각과 마음을 빼앗기는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저리게 마음이 아파온다.

이런 여리디 여린 어르신들에게 친손녀처럼 살갑게 다가가 얼굴을 비비며 볼에 입맞춤을 하며 어르신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 부어주는 예쁜 복지사 선생님들의 사랑을 바라보며 참된 헌신의 삶을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 여린 어르신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많은 상처를 주지는 않았던가?

"어르신 연세가 있어 아프신거니 참으세요" "왜 나이 값을 못하실까?" "늙으면 다 그렇게 아프데요" 하며 사랑없는 피곤함으로 다가가는 말들로 상처받아 힘들어하지는 않았을까?

그럼 노인의 특성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어린 아이 같이 단순해진다. 그래서 옛말에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어린 아이 돌보듯이 어르신들의 신체, 정신, 심리적 변화를 이해해 사랑으로 이 세상 이별할 때까지 인간의 참된 권리를 다 누릴 수 있도록 협조자로서의 따뜻한 손길이 되길 소망하며 또 소망한다. 노인의 특성을 바로 아는 게 노인을 진정 위함이다.

김미숙 다비다의집 사무국장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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