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 하인에게 부탁했다.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다오."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 구경거리가 벌어졌다.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하인은 문을 떼어내 밧줄로 메어 나귀등에 싣고 이웃집으로 가 구경을 즐겼다.

그런데 하인이 나간 뒤 도둑이 들어 집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가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어떻게 해서 도둑이 들었으며 재물은 모두 어찌 되었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어르신께서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밖에는 제가 알 바 아닙니다."라고 하인은 대답했다고 한다.

'주인 의식'과 '종의 근성'이 있다. '주인 의식'은 일과 조직에 대해서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의 주장을 대국적인 견지에서 소신 있게 펼 수 있으며 자기책임 하에 위험 부담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마음이다. 따라서 주인 의식을 가진 이들은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의 고통을 즐거운 마음으로 감수할 수 있다.

반면 '종의 근성'은 다양성이나 개인 자신의 개성을 조직이 무시하려고 한다는 인식 혹은 민족적으로 과거에 받은 식민지적인 사고태도에 기인해,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자나 힘을 가진 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과 주변환경에 대한 거부감을 늘 마음 속에 쌓으며 주인이기를 포기한다. 따라서 이들은 불평불만이 많으며 피동적이고 수동적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치나 대우적 결과에 집착해 미래의 원대한 포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주인공이 역할을 다할 때 작품은 빛이 나는 것이다. 우리는 가정과 회사 그리고 국가적으로 모두 주인공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단지 이런저런 이유로 주인이기를 포기, 누구는 종의 근성을 가지고 살고 또 누구는 주인공의 역할을 할 뿐이다.

'주인 의식'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자기 계발 의욕을 고취시키고, 현실 안주의 틀을 박차고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기본 모티브다. 주인이 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보다는 그래도 주인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각자가 주인 의식을 발휘할 때다. 주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조직의 행동과 나타나는 결과는 성숙하며 안정적이다. 이것은 조직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조직의 구성원 자신의 풍성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요건이다.

'링겔만 효과'가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이 집단 속 개인의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1대 1게임에서 각 팀의 1명이 내는 힘을 1백으로 할 때 참가자수가 늘면 개인이 어느 정도의 힘을 쏟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2명이 참가하면 93으로, 3명이 할 때는 85로 줄었고, 8명이 함께 할 때는 각자가 49의 힘을 내 혼자 경기할 때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참가하는 사람이 늘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이런 집단적 심리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혼자 할 때에 비해 여러 사람이 같이 하면 느끼는 책임감이 분산, 경감되는 '사회적 방치'가 일어난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더 잘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힘이 경감되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바로 이런 익명성 안에 자신을 숨기면서 주인이기를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 지 한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주인 의식이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고집과 아집이 아니다. 그리고 '나' 혹은 이익집단 단위의 '우리'만의 이익을 대변하고자하는 사고여서도 안 된다. 가정과 기업, 국가 그리고 그 구성원 각자에게 존재의 가치가 부여된다. 그 존재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서로가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한 주인 의식일 것이다.

'개인'이나 '우리'라는 조직 구성단위만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조직의 본질적 가치를 찾고, 하나의 목표로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주체적으로 나서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그런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각자가 몸담은 조직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사회의 무질서를 정돈하고 자기의 발전과 조직의 성공을 함께 일구어 각자 인생의 명작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전정도 성진지오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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