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휴가는 직장인에게나 사업자에게나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이므로 즉, '휴(休)테크' 라고 할 수 있다. '휴가'와 '테크닉'의 합성어인 휴테크는 단순히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일 외의 영역을 적절히 조화시켜 자기계발은 물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재충전 활동을 말한다.

지난해 미국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평균 휴가 일수는 14일이었지만 실제 사용한 휴가일수는 열흘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저널은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지난해 미국 직장인들의 평균 휴가 일수가 이전 해에 비해 줄어든 열흘에 불과했다면서 미국 직장인들이 휴가사용에 서툰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저널은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은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어진 휴가 일수를 모두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동료의 업무 가중에 대한 부담, 중요한 프로젝트의 차질 우려 등이 휴가사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고 부연했다.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지극히 발달한 미국이 이 정도인데,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 남보다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여 일이 끝났어도 쉽사리 퇴근을 하지 못하고, 주어진 휴가도 다 가지 못한다. 또한, 주 5일 근무제 시행 초기에 이러한 휴식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TV시청, 숙면 등으로 여가시간을 가치있게 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모 자동차 회사 창업주는 이런 말을 했다. "휴식은 대나무의 마디와 같다. 마디가 있어야 대나무가 성장하듯 사람도, 기업도 쉬어야 강하고 곧게 성장할 수 있다."

휴테크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일의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고 성과로서 평가 받는 시대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창의적으로 일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이 극적인 성과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일 외의 다양한 경험이 실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최근들어 기업들은 "잘 쉬고 잘 노는 것이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충분히 쉬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직원들의 휴가기간을 대폭 늘리는 등 휴테크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쉬는 것이냐" 하는 문제에 직면하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에서는 자신의 휴가계획을 1년 업무계획처럼 미리 세우고 예산도 잡고 프로그램도 미리 준비한다. 킬리만자로 등반을 계획하고 철저한 준비에 들어간 동료, 암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3개 대륙에서 3개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할 것을 계획하는 동료,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환경탐사를 위해 배낭을 메고 아프리카로 떠나는 친구 등 참으로 다양한 휴가활동이 도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휴가를 휴식과 자기계발 차원에서 충분히 계획하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굳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모래사장을 뛰어 다녀 본다든지, 석양을 바라본다든지,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든지, 조용한 산사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같이 일상에서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 모두가 진한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여행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잘못 쉬면 오히려 독(毒)이 된다는 사실을 경계하면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반성의 시간을 갖고,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바로 휴테크일 것이다.

휴가나 휴일과 같은 휴식은 그저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 인식하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최선을 다해 즐기는 창의적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 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훈 SK에너지(주) 생산부문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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