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 경남을 포괄하는 동남경제권은 흔히 수도권에 대칭되는 우리나라 제2의 산업중심지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동남경제권은 전국 제조업의 약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며, 조선과 자동차, 기계산업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도로서 수십년 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남경제권은 양적, 질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양적인 측면에서 동남경제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5년에 동남경제권은 전국제조업의 26.8%를 차지하였으나, 1995년에는 24.2%로 그리고 2005년에 접어들어서는 22.8%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동남경제권의 성장잠재력이 수도권에 비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남경제권 산업구조 고도화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경제와 지역 중기 금융에 공헌도가 높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동남경제권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산업구조의 질적인 측면에서 동남경제권은 수도권에 비해 고기술산업의 비중이 낮고 중기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식기반경제가 요구하는 혁신역량의 확보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수도권 제조업 중 고기술산업의 비중은 대략 4분의1을 상회하고 있는 반면, 우리 동남경제권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수도권과 동남경제권의 산업구조에 존재하는 질적인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동남경제권은 조선, 자동차, 기계, 정유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형의 중화학공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21세기를 주도하는 IT관련 제조업에서는 수도권에 현격히 뒤처질 정도로 산업구조가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동남경제권 산업구조의 질적인 격차는 향후 한국경제의 중추를 이룰 혁신형 중소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노비즈와 벤처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수도권업체 비중은 60%를 넘는 반면 동남경제권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수도권과 동남경제권의 경제규모 격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남경제권은 아직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건강상태에서는 그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우리 동남경제권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부산과 울산, 경남이 합심하여 공동의 발전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새롭게 도출된 동남경제권 발전전략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지역의 핵심산업인 중기술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IT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기술산업의 기반을 확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성장전략을 차질없이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산업이 요구하는 산업자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동남경제권 금융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금융은 이전에 비해 관계형 금융이 퇴색하고 경기상황에 따라 대출규모가 불안정하게 변동하는 경향을 보여 왔는데, 특히 지역 중소기업 금융에서 이러한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은행그룹별로 보면 수도권영업에 치중하는 시중은행의 지역 중소기업 대출은 지역의 경기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해 온 반면, 지역경제와 운명공동체인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수요에 부응하여 가장 안정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실행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금융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해 왔다.

따라서 동남경제권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신성장동력 육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와 지역 중소기업 금융에 공헌도가 높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동남경제권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동남경제권 기업체의 다양한 자금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정책적으로 지방은행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장호 부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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