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무차별 테러의 참극이 ‘적도의 천국’이라는 발리에서 발생했다. 발리의 한 나이트클럽 폭발현장에 나뒹구는 처참한 시체들은 테러범들이 내거는 명분이 아무리 거창하고 그럴듯 할지라도 결코 무고한 사람들을 수백명씩 살육하는 비열한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같은 테러범들의 반인류적인 범죄는 결국 전 세계적으로 일치된 분노만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들의 입장에서도 전략의 어리석음을 다시금 노출하는 셈이 된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인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세계 각국이 테러소탕을 위한 공동노력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인도네시아 내 회교근본주의자들의 범행설, 알카에다의 연관설 등 여러가지 혐의는 앞으로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아야 할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도 분명한것은 이번과 같은 무차별 테러의 잔인함 앞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효과적인 대테러 전쟁 방식의 선택이다. 이번 참극은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나 동시에 부시 행정부가 진행중인 테러와의 전쟁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번 테러에 알카에다가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난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전쟁은 실패한 것이 되어버리는 셈이 된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첫째 목적이 알카에다 제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같은 대규모 전쟁이 테러 퇴치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인지, 다시금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앞으로 발리 참극의 충격이 가라앉으면 또다시 테러에 잘못 대응할 경우 폭력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테러와 이를 응징하는 군사공격, 또다시 이에 대한 보복 테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인류의 공적인 테러범을 잡고 이같은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다시 확인해주는 동시에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도 현명한 의견 일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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