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꿈과 생각이 각기 다르지만 필자는 지금껏 기업을 경영해 오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신뢰라고 감히 단정 짓고 싶다.

신뢰란 인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이고, 자산일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사회와 조직을 지탱해 주는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이 발전하고 성공한 사회나 조직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심지어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도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하고, 조직원들간 또한 조직간에도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조직에 신뢰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는 것은 바로 구성원들 간에 심리적 거리를 좁혀 관계의 질을 높임으로써 상호간의 협력의 질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간의 신뢰가 기본이 되고 있는 신뢰도가 높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비록 서로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신뢰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돕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협력수준이 높아져 시련의 극복과 목표를 달성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90년 초에 필자가 사업을 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사업 환경이 열악한 관계로 은행 문턱은 높아 대출은 안 되고, 수금을 못해 자금이 원활하지 못하니 원자재 구매가 당연히 힘들어 납기는 더욱 맞추기 어려웠다. 어음은 만기일이 되어 돌아오고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업을 계속 운영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 사원들이었다.

직원들끼리 화합을 하여 자발적으로 적금통장을 모두 모아 와서 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자녀들 앞으로 들어 두었던 적금통장, 주택마련 통장, 시집·장가 갈 밑천으로 모아두었던 통장, 미래 노후자금으로 모아두었던 그 소중한 통장을 모두 모아 와서는 "사장님, 우선 작지만 이것으로 부도부터 막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습니까?"했다. 그로 인해 다시 일어서게 됐고, 그 이후로 성공의 열쇠가 '신뢰'라는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때 그 일을 회상하며 힘을 얻곤 한다. 우리 직원들이 나를 믿는 힘이 바로 내가 일어서야 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신급돈어(信及豚魚)라고, 믿음이 강하면 돼지나 물고기에도 미친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로 믿고 진실된 마음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다시 일어났고, 나는 가치로 따질 수 없을 만큼의 큰 '신뢰'라는 자산을 얻었다.

이 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관계의 질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 간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기 때문에 상하간의 토론이 활성화 되어 어려운 난간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는 않는다. 장기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서로간의 속내를 쉽게 내비칠 수 없을 정도로 개인간, 조직간 이기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신뢰와 믿음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게 또 있을까? 신뢰는 의심과 불안의 기운을 내쫓는 대신 가정과 회사, 더 나아가 국가에까지 편안함과 행복의 기운을 안겨다준다.

신급돈어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좀 더 행복한 가정, 회사,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정도 성진지오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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