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중구 유곡동은 시내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시골분위 기가 완연하다. 오래된 기와집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져 있고 마을 앞엔 다랑이 밭들에 키작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유곡마을을 감싸고 돌던 물이 태화강으로 흘러들던 1975년 유곡마을에는 메밀밭이 많았다. 하얀 메밀이 언덕을 뒤덮으면 그 풍경이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에 뒤지지 않았다. 소먹이러 나갔던 학생이 손에 책을 들고 메밀 밭 사이 둑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은 소설 속의 한 장면이었다. 글·사진=서진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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