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추위가 일찍 시작되었다. 창밖을 보니 사방이 이미 어두워지고, 도로의 가로등이 하나 둘 씩 켜지고 있다. 이제 5시 50분, 10분만 있으면, 퇴근할 시간이고, 휴식을 갖기 위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때는 겨울, 집에는 아무도 없고, 퇴근할 때 항상 느끼는 것은 언제나 집안이 썰렁하고, 쓸쓸하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 아침에 출근할 때 미리 보일러를 켜둘 수도 있지만 집안에 아무도 없는데 하루 종일 보일러를 켜두기도 그렇고, 또 가스 비용도 걱정이 되었다. 문득 창 밖을 보던 눈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쳐다본다. 익숙한 솜씨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자기 집의 어드레스를 입력한 후, 자기 집의 환경이 컴퓨터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컴퓨터의 화면에 자기 집이 나타나면, 보일러에 대한 설정을 바꾸어 원하는 온도로 보일러를 켠다. 다음으로, 냉장고에 접속해서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오늘 저녁에 해야할 식단과 찬거리를 생각해 냉장고에 나타난 어드레스로 필요한 찬거리들을 주문한 후, 배달 시간을 입력한다. 다시 전화를 선택해서 오늘 하루 받은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할 수가 있다"

 이것은 어느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또는 가까운 장래에 "홈 네트워킹"이란 기술에 의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새로운 세상의 한 단편일 뿐이다. 홈 네트워크란 가정 내 PC를 비롯한 정보가전기기를 유선 또는 무선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인터넷 및 데이터 공유, 프린터 등의 주변기기 공유 및 상호제어를 가능하게 하며, 인터넷이나 휴대용 정보 단말기를 이용한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동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가정의 TV, 냉장고, 에어컨, 디지털 카메라 등의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홈 네트워크는 컴퓨터간의 단순한 연결과 통신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집안내의 모든 정보가전기기들과 장치들, 그리고 시스템들간의 연결과 통신을 의미한다. 홈 네트워킹이란 용어는 유선, 무선 통신수단을 통해 정보를 보내거나 제어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많은 유형의 서비스 제공업자들은 "게이트웨이"를 통해서 그들의 제품을 서비스하고 제공하기 위해 홈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게이트웨이"란 간단히 집안내부에 있는 장치들과 가전기기 그리고 시스템들과 외부 서비스와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의될 수 있다. 홈 네트워크는 사무실 네트워크와 달리 가전 제품과 PC 등 다양한 장비가 연결되고, 별도의 운영 전담자가 없는 특성상 다음과 같은 요구 조건을 가져야만 한다. 첫째 각종 전자제품 간 고속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공통 접속 규격과 원하는 장소에 설치 할 수 있도록 이동이 편해야 한다. 둘째는 새로 선로를 설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 전화선이나 전력선 등을 적극 활용하고 새로 건설되는 주택은 미래를 대비한 표준 홈 네트워크를 설치해야 한다. 세 번째는 홈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각종 장비는 복잡한 설정 과정 없이 연결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네 번째 개인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송과 통신의 결합,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제공, 유선과 무선의 결합 등 통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무실 네트워크보다 더 다양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고 태동단계에 불과한 홈 네트워크 기술은 우리생활을 하나로 묶는 편리성과 혜택을 제공하지만, 업체마다 내놓고 있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기기들을 연동시킬 수 있는 프로토콜의 표준화, 호환성 등과 함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흡입력 있는 콘텐츠 개발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과도한 네트워크로 인한 해킹우려, 개인 신상정보의 손쉬운 노출 문제 등 홈 네트워크로 홈을 제어하는 대신에 사생활 깊숙히 제어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다. 보안이나 사생활 침해는 사실 기술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므로 우리에게 맞춤형의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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