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감도는 긴장감이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7일 대의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30일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가결됐다. 또다시 울산이 노사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파업이 시작되면 대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 경제, 국가경제에까지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북구에는 현대자동차의 1·2·3차 부품 협력업체가 120여개나 있어 현대자동차가 파업에 들어가면 이들 업체에도 엄청난 경영위기가 초래된다.

필자가 북구청장에 취임하면서 '상생의 신노사 협력 북구'를 3대 구정방침 중 하나로 정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노사정구민협의회'를 구성해 노사 문제 예방과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구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를 포함하여 약 8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에 4만2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기업구(區)다. 여기에 그 가족까지 합하면 북구 구민 15만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국가의 흥망을 바꾼 아일랜드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유럽의 아일랜드는 실업률 71.3%, 전체 GNP의 12.9%에 이르는 국가채무비용, 적대적 노사관계 등으로 유럽의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1987년 총선에서 집권한 호히(Haughey) 정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용주 연합대표, 노조 연합대표, 농업부문을 포함한 이익집단대표, 정부대표로 이루어진 PNR(Program for National Recovery) 즉 국가재건협약을 체결했다.

처음에는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대립적 노사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이 우세했으나 결국 국가재건프로그램을 통해 노(勞)는 임금 인상률을 2.5%로 억제하는데 동의하고 대신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와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사회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경제성장의 안정적 토대를 마련하여 유럽의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하였다.

필자는 여기서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경험적 유사성을 지닌 상태에서 기적적인 사회적 협약을 이끌어낸 아일랜드의 국가재건프로그램 사례를 바탕으로 노사관계의 안정과 산업평화를 달성하고 일류 도시로 거듭 성장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노와 사, 그리고 15만 구민의 고통 분담과 불평등 해소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실 고도 성장시대에는 근로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한 주장과 과격한 파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분명 다르다. 특히 울산은 전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산업도시다. 지난해 1인당 약 4만달러에 이르는 GRDP(지역내총생산) 1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울산이 노사분규가 많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더 가져서는 안 된다.

울산이 '공해도시'와 '노사분규 도시' 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 던질 때도 됐다. 기적처럼 되살아 난 생명의 강 태화강이 친환경 생태도시 즉 에코폴리스 울산의 태동을 알리고 있다. 이제 노사 상생의 도시 건설이 시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 간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더 이상 노사가 양보없는 극한 대립을 계속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도 없을 뿐 더러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가는 도시가 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다면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진정 우리 모두를 잘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첩경이며, 울산의 도시이미지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사회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는 노동계 요구, 투자유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상공계 요구, 주민 복리증진과 사회안정을 추구하면서 도시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행정의 입장, 지역 경제 활성화와 행복도시를 지향하는 시민단체간의 사회적 타협과 합의를 이루어내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강석구 울산시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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