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 즉 '대비가 돼 있으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매사 준비가 철저하면 나중에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하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충신 '사마위강'은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고(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돼 있으면 근심이 사라진게 된다(有備則無患)'고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병전육조에 '병자병기야, 병가백년불용, 불가일일무비(兵者兵器也, 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라는 글귀가 있다. 군인과 무기는 백년동안 전쟁에 사용되지 아니해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탁월한 리더십이 있기에 해전 승리가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그 중에 첫째가 유비무환의 리더십, 정확한 적정을 확인하는 치밀한 정보수집, 미래를 보는 혜안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임진왜란을 통해 유비무환의 정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은 한 마디로 비극의 역사다. 분단 이후 북한은 소련의 적극적인 지원이래 남한을 적화하려는 전쟁을 착실히 준비한 반면, 우리 대한민국은 조선의 선조시대 임진왜란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준비된 자와 그에 비해 대비하지 아니한 자와의 전쟁에서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뻔했다. 3년의 전쟁에서 우리 국민과 군인, 유엔군, 북한, 중공군을 포함해 약 450만명이 희생 당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한국전쟁 휴전 54년, 국제정세를 살펴볼 때,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냉전시대의 세계 분쟁 요인들은 핵의 균형을 배경으로 한 미국과 소련에 의해 통제 관리돼 왔다. 그러나 냉전구조가 종식 되면서, 핵에 의한 냉전적 평화 구조도 함께 붕괴 됐다. 그럼에도 특히 동북아는 전통적 형태의 대규모 위협이 상존하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감추어져 있지만, 동북아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질서는 여전히 언제 촉발할지 모를 갈등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 중심 축은 미국의 '신 국제질서'와 중국의 오랜 '중화사상'과의 경쟁 관계가 날로 심해지고, 그러는 가운데도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고, 러시아는 막강한 지하자원을 배경으로 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한국의 주변정세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와는 아무 관계없이 언제든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다.

빠르게 추격해 오는 중국과 도망가는 일본, 우리사회의 갈등 등등 하루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는 현실이다. 올해로 제40주년이 되는 을지연습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국가 위기관리를 위한 비상대비 연습이다.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부대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 만행사건을 계기로 탄생된 을지연습은 한·미 공동방위체계와 민·관·군 통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종합적인 국가 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해 왔으며, 국민 안보의식 고취에도 노력해 왔다.

올해 을지연습을 마치면서 우리의 안전보장을 뒤돌아 보면 유비(有備)하고 있는지, 느끼는 소회는 새삼 걱정이 앞서는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힘을 합하기 위해 각자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하나 된 마음으로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수리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되돌아간다면 가까운 앞날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 갈 것이라 믿는다.

문도현 울산시 민방위재난관리과 민방위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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