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월화드라마 〈야인시대〉를 보면 정치에 식상한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마찌 하야시와 손을 잡으려는 구마적에게 협력을 거부하고 조선인의 종로2정목을 지키기 위해 감히 구마적에게 맞장을 뜨자는 결투를 신청하고 자신이 승산이 없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맨 주먹으로 싸우다가 거꾸러지면서도 비장의 칼을 쓰지않는 쌍칼,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오야붕"의 자리를 김두한에게 넘겨주고 홀홀히 기차를 타고 고향길에 오르는 처연하면서도 늠름해 보이는 그 뒷모습.

 쌍칼의 지시를 받들어 나이 어린 김두한을 새 "오야붕"으로 모시는 부하들의 모습들, 열세를 딛고 구마적에게 도전하는 김두한의 의연한 결의. 결국 김두한의 정신력으로 결투에서 쓰러지는 구마적. "내가 졌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구마적은 종로의 "오야붕" 자리를 깨끗이 내주고 이튿날 새벽 구마적 역시 귀향길에 오른다.

 이 두 장면이 지금까지의 주장르다. 물론 자잘한 요깃꺼리도 제법 많다. 일일이 소개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이미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만끽했을 것이다. 상권을 둘러싼 주먹들의 세력다툼은 치안보다는 반도 식민지화에 혈안이 된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어느정도 눈 감아 줌으로 인해 용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런 일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다.

 여하튼 〈야인시대〉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올리며 쌍칼, 구마적은 멋있는 사나이로 떴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리를 떠나는 것은 "우리 세계의 관행"이라고 못박았다. 싸움에 한번 진 것 뿐인데 "오야붕"의 자리를 깨끗이 군말없이 내어주고 낙향을 해버린 것이다. 남자로서의 의리, 떳떳함이 얼마나 멋있고 값진 것인가. 이말 저말에 속아 살아온 우리로서는 비록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너무도 학수고대하던 정말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어서 열광하고 흥분하는 것이 아닐까.

 내각제 개헌을 각서로 약속하고 DJ의 손을 들어줬던 JP. 국민들은 눈을 씻어가며 JP를 믿어주고 결국 DJ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내각제? 어디로 실종이 됐던가. 수많은 표는 JP로 인해 DJ로 이동했는데 결국은 약속과 달리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닌가.

 그 책임은 고사하고 때만 되면 충청권을 볼모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행보로 국민을 우롱하다니, 선거구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대세에 따라 당적을 이리저리 옮기는 철새족들. 이들은 분명코 정당의 정책이나 강령에 따라 당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좀더 국회의원을 오래하고 영화를 누리겠다는 순전한 이기심만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잡상배에 불과하지 않을까.

 〈야인시대〉의 10월15일 방영분을 이들이 보면서 양심을 찾고 개과천선 하기를 부탁한다. 구마적의 부하 "평양박치기"는 비장한 표정으로 "오야붕"에게 자신의 갈길을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제 평양으로 돌아 가겠시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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