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식당 배식·체력단련실 운영·버스도우미등
30명 할머니·할아버지 일주일 2~3번 봉사활동
독거노인과 결연 '말벗 도우미' 활동도 준비중

울산시 남구 대현동 남구노인복지회관에 가기 위해 셔틀버스에 올라타면 여기저기서 "이양~이양~"하고 불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노인들이 애타게 찾는 사람은 셔틀버스 안내 봉사를 하고 있는 이정심(71) 할머니. 이 할머니는 얼굴이 어려보이는 '동안'덕분에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노인들이 '이양'이라고 부르는 데 이미 익숙하다.

1998년 개관 때부터 복지관을 이용해 온 원년 멤버인 이 할머니는 현재 식당, 셔틀버스, 체력단련실 등 모두 3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팀장도 맡고 있다.

일주일 내내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할머니에게 나이 든 사람이 봉사를 받아야지 늙어서 왜 힘들게 사서 고생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누가 시켜서 하면 절대 못하지만 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멈출 수 없다"며 봉사는 끊을 수 없는 '중독'이라고 설명했다.

남구노인복지회관에는 봉사활동으로 10년을 훌쩍 뛰어넘을 듯한 건강을 자랑하는 노인들이 있다. 바로 30명의 노인들로 구성된 한솔봉사단(단장 사천학)이다. 이들은 나이가 들었어도 소나무처럼 항상 푸르고 젊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큰소나무라는 뜻을 지닌 한솔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일주일에 두세 번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은 경로식당 배식, 체력단련실 운영, 셔틀버스 차량 안전도우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기까지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들은 또 남구지역에 거주하는 40명의 독거 노인과 1대1 결연을 맺고 '말벗 도우미'로 활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활동은 결연을 맺은 노인과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서 친분을 다져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봉사단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봉사단을 추가로 더 모집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가복지사업에 대한 이해, 전화상담, 안부전화걸기 등의 교육도 받을 예정이다.

젊고 건강한 비결을 이들 노인들은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꼽았다.

나정남(69) 할머니는 "32년동안 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뒤에 오는 무력감을 봉사활동과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등 활동을 통해 깔끔히 씻어낸 것이 젊음의 비결"이라고 귀뜸했다.

복지회관이 '노인들의 천국'이라면 이 곳에서 봉사하는 노인들은 '천사'들이다. 이들은 나이를 잊고 자신보다 더 힘든 노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오히려 삶의 의미를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25년동안 화장품 장사를 하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데 능숙한 박귀한(73) 할머니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처음 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에게 누구보다 친숙하게 다가간다.

박씨는 "매일 아침 복지관에 나올 때 마치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설레고 신난다"며 "버스 안내와 식당 배식을 하다보면 바쁘지만 고생이 아니라 보람으로 느껴진다"고 말해 봉사활동에 푹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천학(68)단장은 봉사활동과의 인연이 유독 특별하다. 유공(현재 SK에너지)에서 몇 십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뒤 집에만 있던 사 단장은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죽는 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등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그가 남구노인복지회관에 발을 들이면서 떨칠 수 없을 것 같던 우울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사 단장은 "경로식당에서 노인들이 먹다 흘린 음식물을 깨끗하게 치우고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는 노인들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면서 "그들을 보면서 당시 젊은이에 속하던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일만 하다 그만두고 몸이 많이 안 좋았다는 이태순(74) 할머니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인생을 다시 찾았다고 말할 정도로 건강해졌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김계수(75) 할머니는 "저녁이 되면 해가 산 너머로 지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지겠지만 마지막까지 즐겁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순녀(67) 할머니는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친구따라 봉사활동하러 왔는데 그 덕분에 소심한 성격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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