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공연봉사대 부부 6쌍등 24명 활동
취미로 배운 댄스스포츠 공연봉사로 승화
각종 대회·행사 초청 받아 노익장 과시

울산시 동구 남목2동 동구노인복지회관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한바탕 '춤바람'이 분다.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노인들이 만들어낸 멋진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흥겨워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국승철(73)할아버지와 채성순(68)할머니는 부부로 함께 스포츠댄스를 배우면서 공연 봉사활동까지 나서게 됐다.

국 할아버지는 "집에 있으면 축 처지기만 하고 괜히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데 부인과 같이 나와 춤을 배우니 연애할 때 만큼이나 재밌다"며 "공연할 때 관객들이 보여주는 미소는 우리에게 보너스 같은 기쁨"이라고 말했다.

동구노인복지회관에는 울산에서 유일한 공연 봉사 동아리인 은빛공연봉사대(회장 서영호)가 있다.

은빛공연봉사대는 핼스매니저봉사대(10명)와 함께 동구노인복지회관의 실버만세봉사대의 양대축 가운데 하나로 대원은 24명이다.

은빛공연봉사대 대원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댄스스포츠를 배웠지만 지금은 공연 봉사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행사에 초대받을 때마다 멋진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은빛공연봉사대의 첫 무대를 회상하는 채성순 할머니는 "지난해 4월 첫 공연을 했는데, 댄스스포츠를 배운지 한 달 정도 되던 때라 정말 멋도 모르고 무대에 올랐다"며 "어설퍼도 즐겁게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관객들도 하나되어 박수치고 있더라"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처럼 남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들의 연습 시간은 매주 화, 금요일에 있는 1시간30분 정도의 수업 시간이 전부다.

한 번 공연 일정이 정해지면 수업 시간을 쪼개 연습한 뒤 무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울산대공원, 현대예술관 등 울산은 물론 서울, 구미, 경주 등 원정공연도 많이 했다.

국 할아버지는 "우리가 따로 출연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일단 불러주면 봉사할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기 바쁘다"고 말했다.

공연으로 펼치는 그들의 봉사활동의 핵심은 '이심전심'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이 고사성어의 뜻처럼 춤을 추며 느끼는 봉사대의 즐거움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동작 하나하나를 익히기 위해 쏟아부은 노인들의 열정이 무대에서 다시 재연돼 더 큰 기쁨으로 관객들 마음속에 전달되는 것이다.

권금로(62) 할아버지는 "봉사활동을 하면 몸에서 젊어지는 엔돌핀이 발생한다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본 적 있다"며 "스스로 남을 도우는 것은 내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즐거워했다.

은빛공연 봉사대가 펼치는 공연 봉사는 단순한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공연 봉사는 새로운 것을 몸에 익히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이 녹아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건강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심한 관절염으로 고생한 이영선(64) 할머니는 공연 봉사를 하면서 관절염의 통증이 춤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공연 봉사를 계속 하고 싶다. 대회도 좋지만 특히 경로잔치나 작더라도 다양한 세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 할머니의 파트너 권 할아버지도 "솔직히 우리 너무 안 바쁜 거 같아. 많이 좀 불러줘"라고 맞장구 쳤다.

은빛공연봉사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24명의 대원 중 12명이 부부라는 점이다.

노부부가 함께 선보이는 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분위기에 휩싸이게 해 부러움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것이다.

은빛공연봉사대가 선보이는 춤은 혼자서 막무가내로 추는 막춤이 아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늘 신경쓰면서 배려해야만 엉키지 않은 멋진 춤사위가 탄생한다.

은빛공연봉사대는 매번 연습할 때부터 이렇듯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먼저 배운 뒤 무대에 올라가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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